『함양에 있습니다』하면 많은 분들은 언뜻 알아듣지 못한듯 하시다가『지리산 밑에 있습니다』라고 하면 그제사『아~그래요』라고 하시며 반기는 표정들을 하신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지리산은 유명한 산인가 보다. 그러나 그 밑에 자리잡은 함양성당이 80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깊은 곳임을 아시는 분은 얼마되지 않을 듯 싶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성당이 대부분 그러하듯 함양본당 역시 본당신부나 수도자에 대한 공경과 사랑이 색다른 지역이다. 특히 할머니나 할아버지 교우분들이 신부를 깍듯이 대하는 태도에서 더욱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많은 교우분들이 본당신부를 사랑하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할머니 한 분은 아주 특별한 사랑을 가진 분이셨다.
친척이나 자녀도 없는 분이셨기에 늘 남의 잔치집이나 초상집 같은 곳에 가서 얻어먹는 음식으로 매일을 살아가시는 분이셨다. 그러나 그 잔치집에나 초상집에 가서, 자기만 얻어먹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우리신부 먹여살려야 한다!』는 구호아래 잔치음식을 얻어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두번은 식관에 들여놔 주신다.
자신은 생활보호 대상자로 구호미와 연탄 값을 받아 근근히 연명하시는 분이시면서도 본당신부를 끔찍히 사랑하는 할머니의 정성이 어떨 땐 성가시러울 정도였다.
할머니는 또 매주 한번 씩 고해성사를 받지 못하면 큰 일이 난다고 생각하시는 할머니셨다. 그래서 어떤 바쁜 일이 있어도 이 할머니에게만큼은 성사를 꼭 베풀어야만 이 미사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 할머니의 고해성사내용이 걸작이었다. 매주일 보는 성사이지만 똑같은 내용에 똑같은 마무리 말로 끝을 맺는 것이다. 『…그래서 천주 맴을 많이 상하고, 성모맴을 많이 상해서 죄를 지었습니다. 신부님 우짜던지 내 죄를 사해 주이소!』
할머니의 고해성사를 거저 웃고 넘길 수만 없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사실 우리네 삶 가운데 어떤 잘못을 범했을 때 자신의 마음이 아프다고는 느낄지언정 하느님의 마음과 성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렸다고 느끼는 경우는 얼마만큼 될까?
천주맴과 성모맴이란 하느님의 마음과 성모님의 마음이란 말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천주 하느님의 마음을 숱하게 아프게 해드리는 우리들이면서도 그것을 조금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얼마나 허다한가?
얼마나 늘「천주맴과 성모맴」을 상했다고 통회하시던 할머니께서 하느님 품에 안기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그 분의 삶의 자세가 더욱 마음에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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