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야 이리와서 이것 좀 보지 않겠니?』
묵주기도를 막 끝내시고 촛불을 끄시려고 하던 어머니께서 열심히 책을 보고 있던 나를 부르셨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럴까?』
나는 투덜거리며 어머니께 다가갔다.
『시내야 이걸 좀 보렴. 신기하지 않니?』
『이 초가 어때서요?』
어머니께서 손가락으로 초를 가리키시자 나는 어이없게 생각되었다.
『에이 보통 초잖아요. 초가 뭐 신기하다고』
『아니 이 초말고 초의 심지를 보렴』
어머니의 말씀에 나는 초의 심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야! 이게 뭐지?』
초의 심지 끝이 이상한 모양이 되어 있었다. 세갈래로 약간 갈라진 심지는 꽃을 연상케 하였다.
『신기하지 않니? 엄마도 오늘에야 알았단다』
『엄마 이 모양 꼭 장미같아요』
방에서 공부하던 언니까지 나왔다. 언니 말대로 보니 과연 장미모양 같기도 했다.
『아마 묵주기도를 열심히 하니 그에 대한 성모님의 은총의 선물로 핀 것 같구나』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니 부끄럽기도 하고, 어머니가 진짜 성모님의 은총의 선물을 받으신 것 같아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열심히 묵주기도를 바치는건데…. 말만 묵주기도를 바치겠다고 하고 실천은 안한 나는 몹시 부끄러웠다.
『나도 꼭 초에 성모님의 장미가 피게 할거야』
나는 이렇게 다짐하고 곧 묵주기도를 했다. 5단까지 바치고 성모님의 얼굴을 보니 성모님의 얼굴에도 분홍빛 장미가 피어있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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