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가 없어 굶는날 아침이면 어머니는 『오늘 아침밥은 주님께 봉헌하였으니 그리알고 굶은 표시 절대로 내지 말아라. 주님께 드린 봉헌이 헛되지 않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날 기도시간은 더 길게 잡으시고 마음을 경건히 하도록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안계셔서 버릇 없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까봐 매우 엄하게 다스렸습니다. 그것이 싫고 원망스럽고 지겹기도했습니다. 그러나 밤이 되면 우리들을 무릎가에 앉히시고 옛날에 읽으셨던 삼국지ㆍ초한지ㆍ옥루몽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성경말씀도 들려주셨습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때 숨은 인재가 나타나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 흘연히 사라지는 영웅들의 이야기 등에는 가끔 위대한 여성들도 있었습니다. 나는 그러한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눈이 번쩍 뜨였고 가슴이 마구 뛰었습니다. 나도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게지요.
가난함 속에서도 여름날의 별밤처럼 풍요한 꿈을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어머니의 슬기로움 때문으로 생각되어집니다. 또한 어머니의 헌신적인 기도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그 가난을 이기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때는 기도가 사탕 한개보다 못하게 생각되었지만, 지금은 원자핵보다 더 큰 위력이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를 주님께 봉헌해 주신 어머니의 깊은 사랑에 한번 더 고개숙여 감사드리며 우리를 성장시키기 까지 겁으로는 냉엄하셨지만 마음으로 남모르게 애태우시며 홀로 고통을 참으셨을 어머니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크신 노고에 삼가 위로를 드립니다.
끝으로 이 지면을 통해 기도와 인생에 대해 외람되어 한마디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인생을 외나무다리에 비유한다면 기도는 그 위태로운 다리를 건널때 잡고건너갈 수 있는 밧줄이라 생각합니다.
다급하고 어려울때 의지삼을 수 있는 튼튼한 밧줄을 믿음으로 꼭 잡고 우리 다함께 강을 건넙시다. 마지막날 주님의 오른손이 우리의 연약한 손목을 힘차게 잡아주실 것입니다. 내게 있어서 기도는 어머니와 같습니다.
『야훼께서 바라고 바랐더니 나를 굽어보시고 내 부르짖는 소리들어 주어주셨다. 죽음의 구렁에서 나를 건져주시고 진흙수렁에서 나를 꺼내주시어 바위위에 내 발을 세워주시고 내걸음 힘차게 해주셨다 내입에서새노래가 터져나와 우리 하느님을 찬양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웃깃을 여미며 야훼를 믿게 되리라.』
(시편40중)
<끝>
지금까지 이순옥씨의 신앙수기 「늪을 지나서」를 애독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호부터는 제주시 삼도1동 안상호씨의 「오! 하느님」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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