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결혼초,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 우리 부부의 즐거움은 일요일날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그리고 언덕을 내려와 음악을 들으며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시는 일이었습니다. 결혼전 데이트 할때부터 명동성당은 우리들의 만남의 장소였으며 그래서 본당을 제쳐두고 결혼식도 굳이 명동성당에서 올렸습니다. 요즘도 때때로 볼일이 있어 명동엘 나갈때마다 멀리 그 아름다운 뾰족탑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히 가라않고 가슴에 조그마한 감동이 밀려오곤 합니다.
명동성당은 이렇게 우리뿐만이 아니고 모든 가톨릭신자들 마음의 고향이고 또 서울의 상징이기도 합니다.그런데 그곳이 수난, 수난의 연속입니다.
종교가 물론 현실과 동떨어져 존재할수는 없겠지만 또 너무 현실의 한가운데 휩쓸려있는것도 문제가 아닐수 없습니다. 요즘의 현실은 완전히 악과 악의 대결현상이고 적과 적의 관계로 치닫고 있는것 같고 그 와중에서 명동성당은 본의 아니게 곤욕을 치르고 있는것같아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5공 시절 불의에 항쟁하던 젊은 이들이 피할곳을 찾아 몰려 들던곳, 살던 집을 헐리우고 갈곳없는 영세민들이 등붙일 곳을 찾아서 오던 곳, 그럴때마다 성당은 기꺼이 또 때로는 어쩔수 없이 그들을 숨겨주고 거처를 마련해 주면서 수난을 겪었습니다. 이제 그 수난의 시절은 끝난줄 알았는데 아직도 상황은 별로 변한것 같지 않고 젊은이들은 또 명동성당을 무슨 요새지 마냥 점거하고 있습니다. 불안한 우리들은 그저 그 근처를 서성이고 눈치를 보면서 어서 이 정국이 끝나기를 기도할 수밖에 어쩔도리가 없습니다. 오늘 일요일도 명동 근처는 전경들로 가득하고 신자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미사를 드릴수 밖에 없습니다.
천주여! 이것도 당신의 뜻입니까? 성당안의 젊은이도 성당밖의 젊은이도 모두 당신의 백성입니다. 저들이 웃으면서 화해하고 함께 손잡고 성당 마당에서 노래하고 춤추면서 어우러질 날은 언제쯤 올것입니까? 성당마당의 성모마리아님도 최루탄까스에 휩싸여 웃음마저잃으신것 같아 안타깝고 송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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