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참 어려운 부탁하나 하러 왔는데 좀 들어주시렵니까?』어느날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 한분이 사제관 문을 여시고 긴히 할말이 있으신단다.
『어떤 부탁이시든 제가 할 수만 있는 것이라면 도와드리죠. 말씀해주세요』『신부님! 아、 잘 아시다시피 제 나이가 올해로 90이 넘어가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성모님께서 아직 아무런 기별이 없으시니 애가 탑니다. 어서 성모님께 기별을 받아야 천주님 곁에 가서 편안하게 지낼텐데、 여지껏 이 나이 되도록 아무 기별이 없으시니 참 큰일입니다. 그래서 오늘 큰 마음먹고 신부님께 부탁드리는데 천주님이 어서 내 좀 데려가시라고 미사 한대 넣을 테니 미사 좀 용케드려주이소!』라고 하시며 미사예물이 든 봉투를 내미시는게 아닌가?
할머니의 이런 부탁을 듣고 참으로 난감했다. 미사를 봉헌하고 난 뒤에도 아무 기별이 없으면 이일을 어쩌나? 그러나 할머니 앞에서 그런 표를 낼 수도 없고『할머니 그런 부탁이시라면 얼마든지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걱정마시고、 오히려 하느님과 성모님께 더욱 열심한 마음으로 기도 드리십시요. 그러면 틀림없이 하느님께서도 무슨 기별이 있으실겝니다.』
본당신부의 이런 대답을 듣고 아주 흐믓한 표정으로 되돌아가시는 할머니를 배웅하면서 도대체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고、피하고 싶어하는「죽음」을 기다리며、또한 그 죽음이 어서 빨리 자신에게 주어지기를 기다리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많은 경우에、 교회 안에서나 밖에서나 나이 많은 분들을 대할 때 그분들의 살아온 삶의 과정을 예우해 드리기 보다는 그저 형식적으로 마지못해 대하는 때가 간혹 있지는 않는지?
분명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에 비해 젊은 우리는 많은 것을 알고있다. 우리의 믿음은 영원한 행복의 근원이「하느님이시다」라는 사실을 잘 알고있다. 그러나 알고 있다는 것과 실천의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참으로 어서 죽어서、하느님과 영원히 함께 하기를 갈망하는 할머니의 믿음에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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