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된지 3년안에 죽으면 천당가고 5년안에 죽으면 연옥、 그 다음엔 지옥간단다』라는 우스개 말씀으로 사제의 첫 삶을 격려해 주시던 선배 신부님의 말씀이 아직도 귀에 쟁쟁히 날아있건만、 벌써 서품기념일을 3번씩(?)이나 넘긴 시기에 도달해 버렸으나 이제 천당가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모든 신자분들의 가장 단순하고 소박한 바램이 천당가는 것일진데、 왜 신부된지 3년만 지나면 천당엘 갈 수 없다는 것일까? 처음엔 꽤나 의아하게 생각되었다. 그러나 사제의 삶을 막상 시작해 놓고보니 선배신부님의 그 우스개소리가 이해할 수 있는듯 싶다.
사제의 삶이란 얼마나 많은 게으름의 빚을 지고사는 건지. 늘 자신은 제대로 살지못하면서 신자분들을 향해 잘 살아야한다고 꾸중하는 말의 빚、 기도해 달라고 청하는 이들에게 늘 『예!』하고 대답은 하면서도 하루에 묵주 한꾸러미도 바치기 힘겨워하는 기도의 빚、 모든 것을 젖혀놓고 하느님께 정성과 사랑을 바쳐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면서도 자신은 제대로 봉헌할 줄 모르는 많은 게으름의 빚들.
얼마전 부산교구에서 은퇴하시는 노 원로 신부님을 찾아뵌 적이 있었다. 젊은 몇몇 신부가 모인 그 자리에서 평생을 사제로 훌륭히 살아오신 신부님이 『내가 보기엔 요즘 신자분들은 참 믿음이 없는것 같아. 신부님들 보시기엔 어때요?』라고 물으셨다. 요즘처럼 열심한 신자분들이 많은 때에 왜 신부님이 저런 말씀을 하실까? 하는 마음에 얼른 대답을 못찾고 있는 우리 젊은 신부들에게 『요즘 신자분들 성당에 와서 박수치면 좋아하고 노래하면 기뻐하면서도 조용히 성체 앞에 무릎 끓고 조배드리는 신자 찾아보기 참 어려워요』우리 신앙의 근본이 바로 감실 안에 현존해 계시는 하느님에게서 어우러져 나오는 것임에도 그 근본은 잊어버리고 애써 외적인 것에만 매달리는것 같아 웬지 개운찮은 느낌을 지울 수 없으시단다.
이 말씀을 듣는 순간 얼마나 가슴이 덜켱 내려앉았는지! 사실 늘 성당과 붙어있는 사제관에 지내면서도 내자신 얼마나 자주 그분을 찾아뵙고 인사드렸는가? 잘 알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참으로 중요한 일、가장 시급한 일을 잊고 게으름을 피워온 나의 사제의 삶에 그 신부님의 말씀은 하나의 충격이요、촉진제였다.
『참 하느님 이 세상을 주재하시는 그분이 바로 감실의 성체안에 현존해 계시는데 모든 것을 인간적으로만 해결하려고 애쓰는 우리의 삶에 참 신앙이 있는 것일까?』
오늘 이 시간 이후로 이런 저런 핑계로 미루어 왔던 게으름의 빚을 청산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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