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夫婦)의 삶이 우리 생활속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느냐 하는것과 당신이란 사람이 우리 생활속에서 나에게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느냐 하는것은 대단히 차이가 납니다. 가정을 죽어라고(?) 꾸려나가고 있는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부부의 삶이 절대적임을 선언합니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에게 과연 얼마만큼이나 절대적이냐 하는 것입니다(마르꼬11、23). 이 물음에 대한 우리 부부님들의 대답은 시원스러울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지금 당신의 배우자를「어떻게」사랑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잠시 머뭇거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상한 것은 이 질문에 대해 머뭇거리면 더는 좋은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냥 서로 사랑하고、용서하고、이해하며 사는거지 뭘…』
언제、어떻게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고 이해 해보셨는지요? 어떻게? 따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생각해 보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잘못하면 헤식은 웃음만이 남을 수가 있겠습니다.
우린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별로 절대적인 사람이 아니였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변변찮은、혹은 피차간에 편편찮은 존재 였다는 것이 올씨다. 처음부터 그랬었다는 것이 아니라 아들ㆍ딸 낳고 살다보니 그렇게 되어 버렸고 다들 그런것 같아 보입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동감합니다.
우린 서로 사랑하지 않는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에 대해 서툴고、게으르고、체념이 빠르고 엉뚱하게 그 잘난 남자의 우월감과 여자의 자존심이 앞서고 있습니다.
단 한번의 입맞춤이 따스한 체온을 전하는 손잡음이、다정한 시선이 은근한 목소리가 궛전에 다가 올법도 한데 그것이 그토록 어려운것을 어떻게 합니까(집회서20、11).
부부가 서로 사랑하는 것으로 우리의 가정은 무엇이든지 이루어 질것 같은데 그렇게 안되더란 것입니다.
『여보 미안해! 내가 술이 좀 과했던가 봐』
이 대사가 한두번은 나옵니다. 그러나 열번만 넘어 보십시오. 우선 그 뜻이 살지고 내 자신에 대해 짜증스러움이 일렁거립니다. 싫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는 식의 계산도 있습니다.
이것이 부부의 현실입니다.
어떻게 용서를 청하고 어떻게 용서를 베푸느냐 하는것이 문제 올씨다. (신부님과 수녀님들께서 이 말의 뜻을 아시는지 모르겠단 말씀이야).
영화에 보듯、소설을 읽듯、사랑하는「것」이 그렇게 잘 안됩니다. 늙고、젊고、 배우고 못배우고 이것이 상관없이 부부의 삶이란 그 자체가 어려운것을 어떻게 하느냐구요?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 올씨다. 어떤분은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추억을 심어 주라는 것입니다. 추억을 심어주기 위해 선물을 사주고、극장에도 가고、여행도 하고 가끔은 사랑의 편지도 주고 받으라는 것입니다.
좋습니다. 대단히 훌륭한 말씁입니다. 썩 그럴듯한 제안이구요. 그러나 대단히 어려운 주문이란 것을 아셔야만 합니다.
추억은 엄밀히 말해서 내가 아니더라도 스스로가 깊게 체험할 수 있겠습니다.
중요한 것을 추억이 아니라 남편이 아내에게、아내가 남편에게 이런 질문을 주고 받아야 합니다.
『내가 당신으로 하여금 나를 얼마나 깊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주었느냐』하는것입니다. 우리가 부부의 삶속에 적극적으로 참여 하고는 있지만 서로가 깊에 체험할 수 없다면 그 것은 영원한 타인(他人)입니다.
부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의무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체험할 수 없다면 부부의 삶은 하숙생이요 동업자요 울며 겨자먹기로 사시는 것입니다.
약속이나 하듯「나」라는 것이 실종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사랑한다는 배우자를 포함해서 사회적인 모든 기준이 부부사랑의 기준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우리교회는 사랑만 있지 어떻게 사랑하는 것에 대해 너무 인색합니다.
무엇이 우릴 이토록 슬며시 화나게 만드는 것일까요? 내가 나를 숨기는 한 부부이 삶은 서로가 의무로써 보살펴 줄수는 있어도 진정한 사랑으로써 체험을 나눌 수는 없습니다. 그냥 사랑하며 살고 있는 척하는 것입니다.
쓸쓸한 느낌입니다. 내가 나를 당신에게 송두리째 드러내기전엔 우린 영원한 타인(他人)입니다 (로마11、21).이론(理論)은 따지지 맙시다.
오재호: 37년 전남生、서울가락본당, 63ㆍ66년 한국ㆍ동아일보 신춘무예 희곡부문 당선, 대종상 극본상ㆍ대한민국 방송대상 극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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