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이 시작되기 얼마 전부터 많은 신자분들이 『신부님! 저는 보약먹는 것이 무척이나 괴로운 일인데 사순절에는 보약 좀 먹어야겠습니다. 저는 술 먹는 것이 참 괴로운데 사순절에 극기하는 괴로운데 사순절에 극기하는 마음으로 술을 더 많이 마셔야겠습니다』등등 이런 우스게 소리들을 통해 사순절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차곡차곡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농담이라고 해도 그런 말들엔 사순절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마음이 배여있기에 더욱 정감이 가곤한다.
나 역시 이번 사순절을 맞으면서 『담배를 끊어볼까? 술을 끊어볼까?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을 끊어볼까?』하는 마음으로 늘 망설이다 덜렁 재의 수요일을 맞이하고 말았다.
「결심에는 강하지만 유혹에는 약한 사나이!」내가 스스로 붙인 자신의 별명이다. 항상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 결과는 보나마나 한것이니 참으로 나에게 어울리는 별명인 듯하다.
재의 수요일을 하루 넘긴 목요일 밤 늦은 시간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왔다. 이제나 저제나 임종을 준비하고 있던 나이 젊은 교우분이 위급하단다. 급히 수녀님과 함께 병자의 집을 들어서니 울음소리가 온 집안에 가득하다. 우리가 도착하기 얼마 전에 운명하셨단다. 아직 체온이 가시지 않은 그 교우의 주검 옆에서 언뜻 얼마전 마지막 병자 봉성체 때의 그분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실 이 교우는 불치의 중병으로 오래동안 고생해왔기에、주변에 있던 많은 분들이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 분 집에 병자방문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그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 열어져서가 아니라 막상 죽음을 맞이할 것이란 사실이 확실하고、다만 언제일지만을 기다리고 있는 분에게 아직도 건강하게 살아가고있는 우리가 가서 전해줄 인간적인 위로가 무엇이 있겠느냐는 생각이 앞선다는 것이다. 나 역시 마지막 병자 영성체를 준비하면서 이 교우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자문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막상 그집에 가서는 나도 모르게『형제님 오늘 우리가 하느님 안에서 기도하고 하느님을 모신 바로 이런 모습으로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믿는 믿음의 전부아닙니까? 죽음을 용기있게 맞이들일 힘을 냅시다』라는 말로 위로를 전했다. 죽음의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엷은 미소로 나의 말에 답하던 그 얼굴이 떠올랐다.
사순시기는 바로 우리의 믿음이 죽음을 뛰어넘는 것임을 되새기는 때이다.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에게 과감하게 내뱉은 그말이、나의 삶 가운데 얼마만큼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를 캐보는 시기이다.
과연 나는 이번 사순절마저도 늘상 해왔던『결심에는 강하지만 유혹에는 약하다』라는 어정쩡한 변명으로 넘기고 말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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