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중고 학부모 4명중 3명 이상이 교사에게 돈봉투를 건네주고 있다는 조사발표가 최근 있었다. 물론 이 사실은 충격적이거나 처음 듣는 얘기가 아니다. 정확한 통계수치는 알 수 없어도 교사와 학부모간 과거부터 돈봉투가 거래돼오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기정사실이기 때문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가 금년 2월에 서울 등 초중고생학부모 1천9백명을 대상으로 「돈봉투에 관한 학부모의식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77.4%가 「학교에 갔을때 돈봉주를 드린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돈봉투를 건네준 빈도수는 1년에 두차례가 44.8%、3~4차례가 18.3%로 두 번 이상이 전체의 63%이고、한번에 건네주는 액수는 3만원이 54.7%、5만원이 26.1%로 3~5만원이 80.8%이고 10만원 이상도 2.2%나 되었다.
그리고 교사들에게 돈봉투를 건네주는 이유를 보면 41%가「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이고 31.3%는 「내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마응에서」라고 답했으며 56.3%는「돈봉투를 드리고 난후 교사들이 아이에게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를 맡긴 학교나 담임교사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뿐만아니라 교사에게 자기 아이가 공부 잘하도록 지도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것도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감사의 표시나 부탁의 조건(?)으로 돈봉투가 개입되고 있다는데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순수한 동기로 담임교사를 방문해 상담이나 감사나 부탁의 말씀을 하기에는 여간 어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조사에서 입학식과 졸업식을 제외하고 학교를 방문한 사실이 있는 학부모는 77.1%이고 방문한 적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중 44%가 「빈손으로 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을 보면 돈봉투로 인해 교사와 학부모간 문제가 생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돈봉투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또 있다. 역시 이번 조사에서 돈봉투가 교사와 학생간의 끼치는 영향에 대해 55.5%가 「교사에 대한 학생의 신뢰가 떨어진다」고 답하고、21.4%는 「학생들에게 상처를 준다」고 했으며 반면「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학부모는 7.9%였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의 76ㆍ9%에 달하는 학부모 들이 돈봉투의 부정적인 측면을 인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곧 대다수의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돈붕투를 건네주는 행위가 스승에 대한 제자의 존경심을 떨어뜨리고 학생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줄 알면서도 쉽게 그 행위를 중단하지 못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깔려있다고 하겠다.
이처럼 돈봉투가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계속 거래되고있는 원인은 「학부모의 이기심」(43.1%)과 「학력위주ㆍ성적위주ㆍ황금 만능주의적 사회풍토」때문(21.5%)、그리고 「교사가 돈봉투를 바라기 때문」(11.4%)으로 나타났다.
위의 세 가지 이유는 어느것하나 쉽게 고쳐질 성질의 것들은 아닐성 싶다. 그렇다고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적어도 가톨릭신자 교사들부터、가톨릭신자 학부모들부터 그리고 전국 60여개 가톨릭계 초중고등학교에서부터 돈봉투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범을 보여주었으면하는 바램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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