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가사끼 대교구 초청으로 로사리오 성가단 1백40여명이 운젠 순교자 현양대회에 참석, 제1부 한국 천주교 순교자 현양 칸타타(이종철 신부 지휘) 제2부 전례미사곡 외 우리 성가합창곡(조수산나 지휘)를 연주하여 대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일본 나가사끼는, 일본의 로마라 불릴만큼 천주교 신앙의 본거지요 일본 순교성인 26위와 2백50분의 복자들의 대부분이 순교한, 일본 최대의 순교성지이며 성 프란치스꼬 사베리오 신부님과 성 꼴베 신부님이 선교사로 오래 사셨던 거룩한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히로시마처럼 나가사끼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수십만명이 희생되었고 그로 인해 세계 2차대전은 끝이 났으며 우리 나라는 해방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그들의 말처럼 「하느님께서 역사하시어 수십만의 나가사끼 희생자를 통하여 이 지구상에 전쟁과 폭력을 몰아내고 평화와 사랑의 세계를 이루시려는 구원과 해방의 하느님 계획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5월 17일, 대한항공 전세기편으로 도착한 우리 성가단원들은 때마침 나가사끼 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와 자매 결연식을 갖기 위해 도착한 35명의 서울대교구 평협 회원ㆍ회장님들과 합류하여 원폭희생자를 추모코자 폭탄이 떨어진 곳에 세운 평화공원을 찾아가 헌화를 하고 수천명의 참배객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성 프란치스꼬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합창하여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또한 평화공원의 한 구석에 세워진 한국원폭 희생자 위령탑을 찾아가 억울하게 끌려와 희생된 우리의 이름 모를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였으며, 이 모든 모습들이 당일저녁 문화방송TV로 녹화방송 되었습니다.
다음날인 18일 오후 3시 30분, 우라까미 주교좌 대성당에서 평협 자매 결연식과 기념미사를 봉헌하는 동안 우리 성가단의 성가 합창은 모든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려 주었으며 특히 나가사끼 교구 합창단 20여명은 『세상에 이런 성가와 이런 합창이 있었더냐』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19일(일요일) 나가사끼 최대의 순교성지인 운젠의 체육관에서 순교자 현양 미사가 봉헌되었고, 3천여명의 교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들의 연주가 순교제의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하였습니다.
『천주교신앙의 모범이 되는 한국 천주교회를 알고 배우지 않고서는 일본 천주교회의 앞날은 결코 열리지 않는다』라고 여러번 되풀이 하시던 나가사끼의 대주교님께서도 맨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관람하셨고 한국 천주교 순교자 현양칸타타가 연주되는 동안 연신 눈물을 닦으셨으며 피를 토하듯 열심히 연주하는 모습과, 우리 신앙선조들의 삶을 울먹이며 재현하는 우리 단원들의 뜨거운 신앙을 지켜보던 관중들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나 봅니다.
특히 서울대교구 평신도담당 사목국장이시며 평협회원들을 인솔하신 김인성 신부님과 회장님들, 그리고 순교제에 참석한 한국인 순례단 일행의 그 큰 감격은 이루 형언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민족을 못살게 굴었던 일본. 그리하여 조상대대로 원수처럼 될뻔했던 일본에서 우리 천주교회의 모습과 민족의 기상을 보여준다는 것은 어느모로 보나 가슴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나 봅니다.
감격을 넘어 흥분한 어느 회장님은 『신부님, 바로 이겁니다. 우리 교회와 민족의 기상을 나래 펼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라며 지갑에 든 여행비를 몽땅 털어 단원들 한끼 식사라도 하라고 손에 쥐어 주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제2부의 우리 성가 합창도 이날 따라 더욱 찬란하였습니다. 신앙적으로 앞서가는 우리로서 신앙을 보여주고 가르치는 사명감과 한편으로 「조센징」이라 얕보고 깔보는 일본인들에게 우리 민족문화의 우월성을 똑똑히 보여 주겠노라는 우리 단원들의 의지가 합쳐 그 어느때 보다도 감격스럽고 멋진 연주가 되었습니다.
뼈속까지 스며드는 징소리와 장고의 장단, 하늘과 땅을, 이 세상 이쪽과 저쪽을 하나로 이을 수 있는 힘과 아름다움이 흘러넘치는 연주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지난 해 미국순회 연주 보다 훨씬 뜻있고 멋진 연주였습니다. 우리의 다음 목표는 가톨릭의 중심인 로마의 교황님과 교황청에서의 연주를 통해 우리 교회와 민족의 기상을 103위 순교성인 현양은 물론, 말없이 죽어간 수만명의 신앙 선조들의 원을 풀어 주는 일입니다.
끝으로 로사리오 성가단 단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토착화 회원님들께는 이 기쁨과 보람을 나누어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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