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술을 좋아하는 편이다. 대주가는 아니지만 애주가라고나 할까.
그러나 가끔은 폭주를 하여 실언을 하기도 한다. 어쩌다가 형제님들의 가정에 초청을 받으면 잘먹고 잘 놀다가 종국에는 쓰잘데 없는 말을 지껄여 형제 자매님들의 눈총을 받기도 하고 비위를 거스리기도 한다.
참으로 죄송한 일이다.
나의 요안나도 불만이 대단하다. 레지오를 시작하고서는 술자리 핑계가 하나 더 늘었다는 것이다. 주회(週會)가 목적인지 주회(酒會)가 목적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시간에 활동을 하나라도 더하라는 것이니 옳은 말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취하다보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오만과 자만의 뱀이 머리를 치켜드니 한시 바삐 부수어 버려야 될 일이다.
그러나 쁘레시디움의 간부님들이나 고참 형제님들은 참으로 대단하신 분들이시다. 어떤 자리에서도 실수도 없고 절제도 잘 하신다. 마리아의 겸손을 행동으로 보이시는 것 같다.
활동도 대단하시다. 본당협조ㆍ예비자 인도ㆍ행동 단원모집 등 가히 흉내도 못낼 정도로 열성적이시다.
2차 주회를 나 자신은 마시는데만 급급한 것 같고 이분들은 주회 자체를 훌륭한 활동 수단으로 활용 하시는 것 같다.
레지오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지만 신단원들과의 결속을 다지는데는 2차주회를 빼놓을 수가 없다. 필요악이라고 할까.
권하는 술 한잔에 흉금을 털어놓고 그동안의 방탕을 뉘우치기도 하고 앞으로의 선전을 다짐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벽을 무너뜨린다. 그러므로써 우리는 주님 안에 한 형제임을 느낀다.
탓함도 없고 성급함도 없는 기다림 속에 무언가를 깨닫고 스스로 노력 하도록 인도하는 간부님들의 겸손이 주회(酒會) 자체에 가득하니 세상에 이런 술자리도 드물 것이다.
이분들의 노력에 의하여 수많은 뱀의 허물을 뒤집어 쓰고있는 나 자신을 보노라면 2차 주회의 중요성도 알 것 같고 뱀의 허물을 벗으려는 노력이 곧 주님의 뜻에 가까이 가기 위한 노력이 아니겠는가.
먼 훗날 나 자신도 간부가 될수있을 때 후배 단원에게 술 한 잔 사면서 오늘을 추억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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