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를 신혼여행 보내고 돌아오니 집안은 텅 비고 아무도 없다. 둘째는 공항에서 바로 저희 언니 새집이 비어 있다고 그리로 가고 막내는 기숙사로 들어 가고 남편이랑 나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혼인 준비 때문에 바쁘게 다니느라고 미처몰랐던 적적하고 슬픈감정 때문에 나는 금방 통곡이 쏟아질것 같았다. 딸 애가 쓰던 방문을 열어본다. 책상위는 말끔이 정리 되고 경대위에 잡다하게 널려있던 일상용품 들도 깨끗하게 없어진 채다. 서랍장을 열어 보니 텅 비었다. 갑자기 온 몸에 기운이 빠져 그 자리에 스르르 주저 앉아 무릎에 머리를 박고 한참을 울었다.
어느날인가는 이렇게 하나씩 저희들 것에 새 날개를 달고 날아 갈것이라고 막연하게 예감은 하고 있었지만 그 날이 이렇게 빨리 닥치리라곤 왜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 이별에 대비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연습 방법을 몰라서 망설이고 미루기만 했었던 모양이다.
공항에서 내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이던 딸 아이의 맑은 눈망울이 커다랗게 다가온다. 그래 인제 에미는 너한테 튼튼한 새 날개 하나를 달아 주었으니까 힘차게 높이 높이 날아 오르렴.
그리고 천주님의 축복속에 새 가정을 꾸몄으니까 평화롭고 밝은 가정으로 가꾸어 나갈수 있도록 우리함께 기도하자.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와 또 이별의 슬픔 때문에 착잡해 하던 딸 아이의 표정을 떠올리면서 나는 눈물을 닦았다.
마루로 나오니 남편이 우두커니 소파에 앉아 있었다. 세상에 근래에 저렇게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는 남편의 모습은 처음이다. 아이들은 껍질을 깨고 하나씩 빠져 나가고 텅빈 껍질속엔 머리 회끗하고 쓸쓸한 우리 내외만 마주 보고 앉아 있을 수밖엔 없겠구나 싶으니까 갑자기 「아 이게 인생이구나」하는 새삼스러운 감동이 온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즐거워하고 증오하면서 함께 늙어온 세월이 값지고 소중해진다. 오늘 저녁엔 맛있는 저녁지어서 우리 내외 오랜만에 겸상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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