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6~8월 사이에 전국에서 1백여명의 새 사제가 탄생될 것이라는 낭보가 지난주 본보를 통해 보도되었다. 이 숫자에 이미 금년 1ㆍ2월중 서품된 53명을 합하면 91년 한해에 1백60여명이라는 사상 최다의 사제가 배출된다고 한다.
또한 반가운 소식은 부제도 올하반기에 80여명이 탄생될 예정인데 역시 1ㆍ2월에 부제서품된 45명과 합하면 금년 한해 부제서품자는 1백20여명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난 4년간 사제배출이 한해 90여명이던 수치와 비교해보면 금년과 내년의 사제탄생이 월등히 높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제배출의 증가는 무엇보다 먼저 한국교회를 위해 더없이 기쁘고 축하할 일일뿐 아니라, 우리교회의 세계적 역할이 점증하고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보편교회를 위해서도 크나큰 기대와 위안을 주고있다.
그러나 우리가 사제배출의 증가를 경축하는 진정한 뜻은 외형적인 수치의 증가나 발전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오늘날의 교회가 참으로 필요로 하는 사제들을 새 사제들속에서 더많이 찾을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오늘의 교회는 가난하고 겸손하며 봉사하는 사제를 원하고있다. 곧 예수그리스도를 그대로 닮은 참된 사제를 원하고 있다.
사제는 가난한 삶을 살아야한다. 혹자는 아무리 물질을 많이 소유하고, 마음대로 사용하더라도 정신만 가난하면 상관없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궁색한 변명에지나지 않는다.
사제가 가난을 체험해보지 못하고, 가난하게 살지도 않으면 가난한 사람들을 사목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교회가 중산층화되어 신자의 반수 이상이 경제적으로 안정돼있다고 하지만, 그렇지 못한 반수는 항상 소외된채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일이다.
다음으로 오늘의 교회는 겸손한 사제를 그 어느때보다 더 필요로 하고있다. 사제의 겸손은 일상생활 태도에서뿐 아니라 본당의 운영 및 행정 등에서도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만큼 현대사회는 전문화되고 세분화 돼가고있어 전문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면에있어 사제 홀로 만능적이고 독선적이며 권위주의적이어서는 결코 교회공동체에 이로울수가 없다. 사제의 겸손은 십자가에 못박혀 죽기까지 자신을 낮추고 내던진 예수 그리스도가 그 모범이 돼야할 것이다.
끝으로 봉사하는 사제는 사제직 존재목적 그 자체일뿐 아니라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사제상이기도 하다. 이미 대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봉사받으러오지 않고 봉사하러 왔다』는 사실을 천명하셨고 몸소 실천해 보이셨다. 그 제자들인 사제가 스승의 모범을 따라 살아야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제2차 바티깐공의회는 『교회의 부름을 받아 주교들의 안수로 서품되는 사제직은 일반신도들과는구별되는 직분을 받고, 봉사의 사명을 수행하게 되는것』 (교회헌장3장) 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사제는『사회적 계층으로서의 특권이 아니라, 봉사의 특권으로서 예수그리스도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금년과 내년의 사제대량배출이 우리교회에 활력과 쇄신을 불어넣는 전기가 되었으면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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