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성지가지를 고상에서 내리면서 다시 맞은 사순절을 생각한다.
사순절이면 어김없이 우리신부님은 감기를 앓으시고 、유난히 오래가는 신부님의 감기는 우리 본당 교우 모두를 안타깝게 한다.
신부님의 기침、그리고 변한 음성은 사순절 내내 계속된다. 그러나 신부님의 감기는 부활이 지나야 나으신다는 걸 알만한 사람은 알고 있다.
신부님의 건강을 염려하며 손수 정성껏 지어드린 첩약은 아직 약탕기 가까이도 가지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발을 구르는 분의 맘을 신부님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감기 치료도、건강 관리도 부활뒤로 미루시며 추위를 고마워 하시고 육신의 고통을 기쁘게 여기시는 신부님을 우리 본당 교우들은 존경한다. 신부님의 낡은 수단 자락을 우리본당 교우들은 사랑한다.
어쩌다 미사시간에 쫓겨 택시라도 탈 때면 성당밖 멀찌감치서 내려 허둥거리며 신부님 눈치를 살피게 되는건 신부님의 가르침이 어느새 우리들에게 스미고 있는 것 같아 더욱 감사롭다.
이번 사순절엔 커피 마시지 말고 지내볼까? 택시 한번도 타지 말고 지내볼까? 이것도 저것도 다 자신이 없고 금요일 기억 하는 것 마저도 신경 쓰이고 피곤하여 지겨워하다 언뜻 신부님의 감기기침 소리에 소스라친다.
신부님의 겸손에 우리자신을 돌아보며 부끄러워하고、신부님의 절제에 우리들이 움츠리고、신부님의 어려움에 우리들이 동참하고….
『주님、우리 신부님을 축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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