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편지왔어』하며 딸이 내미는 편지를 본 순간 흥분과 긴장、묘한 전율감같은 것이 엄습하면서 얼굴이 붉어졌다.
개봉하여보니「한마음 한몸운동 전국본부」에서 나에게로 발송한「장기 기증서」였고, 사후의 장기의 전부 또는 부분을 기증한다는 개인명의의 일종의 승락서였다.
안구、심장、간 취장에는 기증의사인 O표를 하고 신장에는 불가표시인 X표를 하고는 생각에 잠겼다.
군에서 제대한뒤 피곤하고 몸에 이상을 느껴 종합검사를 해보니 사구체 신장염으로 진단을 받아 그후 몸조심을 하고 살아왔으나 고된 근무로 항상 피곤하였고 87년 3월 부친 별세후 뇌출혈증세로 오른쪽 손발이 완전마비되어 그때부터 길고 암울한 투병이 시작되었었다.
입원 1개월만에 오른손이 기적적으로 움직였고、병원생활 2개월동안 대학노트 1권을 사서 오른손에 볼펜을 끼우고 억지로 글씨연습을 하였고、그때의 글씨는 국민학교 1학년이 왼손으로 쓴 글씨 같았다.
갑작스런 손발의 장애로 인해 절룩거리면서 직장복귀를 하였으나 상사나 주위의 시선은 결코 동정적일 수가 없고 빨리 딴곳으로 갔으면 하는 고골적인 권유에 재차 병기와 휴직으로 이어졌다.
87년 12월13일、독실한 신자인 처의 인도로 직장반 예비자 교리를 매주 받고 영세를 해 천주교신자가 되었다.
89년 5월에는 하지의 근육강화와 인내심을 기르기 위하여 목포 -서울、임진각-서울、안성-서울 등의 도보행진을 계획하고 여행에서 있을지 모르는 불의의 사고를 대비하여 본당신부님과 처자에게 사후장기 기증사를 밝혀둔 바 있었으나 선뜻 실행치 못하고 있다가 김수환 추기경님의 장기 기증보도를 본후 용기를 얻어 실행케 된것이었다.
작년 7월에 복직이 되었으나 무보직으로 두어달을 지내다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일선으로 발령받아 나왔으나 그때 심정은 참으로 암담하였는데 지휘관께서는 나의 어깨를 두드리시면서『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일하다가 이렇게 다치셨는데 제 생각 같아서는 집에서 쉬면서 월급을 주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가 없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하시는데 감격할 지경이었고 참으로 좋으신 성자를 보는것 과도 같았고 그분의 배려로 한가한 부서에서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
나의 장기기증이 결코 자랑일 수가 없음은 물론 더 많은 가톨릭신자들의 헌신적으로 장기기증 행렬에 참여하길 바라는 뜻에서 글을 쓰고 있음을 알리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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