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이가 여덟살때 이런 질문을 해왔다.『엄마 아침은 어떻게 오는데?』하고 물었다.
『어떻게 오다니?』 『밤에서 아침이 될때 말이야 어떻게 밝아지는지 궁금해』 『그래? 뭐랄까- 아침은 희뿌연 안개속에서 온단다. 깜깜한 밤에서 검은색이 차츰 엷어지다가 동이 틀때는 하늘이 무척곱단다. 언제 일찍 일어나서 한번 직접 보렴』.
아이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한듯하면서도 늦잠에서 깨어나지 못해 늘 환히 밝은 날이 되어서야 일어나곤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른들이 갖지 못했던 궁금증에 대해 물어올때 무척 당황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폭넓은 상상이 신비롭기도 하다.
아침이 오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경험할수 있었던것은 십년전쯤 이었던것 같다. 군인이었던 남편을 따라 전방에서 고향으로 이사를 하게되었을때 이사짐센터에서 도로사정이 좋은 밤을 이용하자는 의견에 동조하고 이사짐과 함께 7시간여를 달리게 되었다.
칠흑같은 밤 고요와 정적이 무서우리 만치 조용한 곳도 지나고 간간이 스치는 차량의 불빛이 엇갈릴때 비치는 물체들을 방향도 분간할수 없고 마을인지 들녘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운전기사와 남편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가고 있었지만 아이랑 나는 자면서 깨면서 흔들리고 있었다.
어디쯤이었을까. 서서히 물체가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세상이 처음 열리던 그날도 이랬으랴. 가슴이 마구 설레이기 시작했다. 참으로 신비로왔다.
오른쪽으로 강을끼고 달리고 있었다. 안개속에서 무엇이 우리를 향해 오고 있는것 같기도 하고 우리가 그 속으로 가고 있는 느낌이기도 했다. 집도 나무도 그림 같았다. 그러더니 동쪽하늘이 차츰 붉은 빛으로 물들어 갔다.
이윽고 불덩이같이 태양이 번쩍이며 솟아오르고 있었다. 찬란했다. 그 황홀함을 좀체 잊을수가 없었다. 이상한 일은 아들아이를 얻었을때 그 분위기를 몸으로 느꼈다.그리고 어느해 부활절에 젊은 신부님의 강론이 또 그 분위기와 마주치는것을 느꼈다.
어쩌다가 이따끔 새벽 마당에 서게 된다. 드물게나마 그런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아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저 아침! 공해로 하늘과 땅 사이에 두껍게 층이진 요즈음도 비온뒤 맑은 날에는 그런 분위기를 접하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도 저런 기회가 몇번씩은 주어지리라. 잘 맞이하면 밝은 길을 좋게 가고 먹구른 낀 날을 맞이하면 어둡고 슬픈길을 가게되는 것이 아닐까? 도심의 공단하늘도 이따금은 얼굴씻은 태양을 맞이할수 있어 아직은 다행이다.
더이상 오염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램해본다. 어느 심령능력자가 지구에도 맘이 있어서 인간의 행동에 따라 지구가 화도 내고 미소도 짓는다고 했다.
걸프전쟁, 화산, 지진, 질병, 굶주림은 바로 지구가 인간에게 화를내고 있음이라고 했다. 더이상 지구가 화내지 않게 하려면 우리 본래의 모습을 찾아서 착하게 사는방법 뿐이라 한다. 나를 위해서 전체를 해치는 일은 삼가고 작은 이익을 위해 큰 손실을 가져오는 일을 우리는 너무 쉽게 너무렇지 않게 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일이다.
그모든 옳고 바른것을 위해 참 신앙의 눈뜸도 어두운 밤에서 밝은 아침이 오듯 내면에서 깨어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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