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혼인을 정해 놓고 우선 몹시 당황되고 불안했다. 생전 처음 당해보는 대사인데다가 아는것도 아무것도 없고 잡다한 일로 몹시 바쁘다보니 날짜가 다가올수록 가슴이 바작바작 조여왔다.
그런 와중에도 내가 세운 한가지 원칙은 소위 요즘 말썽이 나고 있는 호화혼수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매일 방송에서 혹은 신문칼럼을 통해서 호화혼수의 근절을 부르짖었으면서 내 딸아이 결혼에 과다한 혼수를 할 수는 없는 일이고 또 그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절대로 호화혼수는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 나의 기본 입장이었다.
하지만 걱정은 나는 딸 가진 부모 입장인데 만약에 신랑쪽에서 나의 원칙에 찬성하지 않을 경우엔 어떻게 할까 하는 불안감이었다. 그러나 그 불안감은 사돈 될 분들을 만나 얘길 나누면서 깨끗하게 없어졌다. 세상엔 이상한 사람들 보다는 정직하고 성실하고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 그리고 내 딸 아이의 시부모님이 그런 건전한 분들이란 것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 했던지-.
우리는 양가 합의하에 약혼식도 생략했고 함도 결혼식 며칠전에 신랑이 직접 지고 왔다. 조촐하고 검소한 함, 제일 밑바닥엔 태극기 한장이 얌전히 접혀 있었다. 「인제 너희들도 성인이 되었으니까 국가와 민족도 생각할 줄 아는 민주시민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시부모님들의 무언의 배려 같아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웨딩드레스도 아주 값싸고 양심적인 작은 가게에 가서 맞추고 모든건 절약과 검소 속에 진행되었고 딸아이도 사위될 청년도 전혀 불만없이 내뜻에 적극 찬성을 해서 우리는 그야말로 마음이 맞아 즐겁게 혼인을 치를수 있었다
이불은 언니가, 냉장고는 친구가 하나씩 맡아준 덕분에 나는 딸을 공짜로 시집 보낸 셈이 된다. 예쁘게 키워서 공부시킨 보석 같은 내딸을 보내는 것도 억울하고 분한데 무엇 때문에 싸고 지고해서 아이들 장래까지 망친단 말인가. 내 딸이 몹시 자랑스럽고 내 사위가 그렇게 대견하다. 위대한 보통 신랑 신부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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