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안에서 함께 사목하시던 수도회 신부님이 갑작스레 운명하셨다는 연락이 교구청에서 왔었다. 장례미사는 수도회 본부가 있는 서울에서 있단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망설이다 선배 신부님께 전화를 드렸다.『신부님은 가실 거예요? 아! 물론 가야지. 이 신부도 갈거지? 예? 전 너무 멀고、또 바빠서… 아니 이 친구봐라! 집안에 형님이 돌아가셨다는데 그보다 더 바쁜 일이 어디 있나? 같이 가도록 하세. 예、그렇게 하겠습니다』전화기를 내려놓고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늘 사제단은 형제적 일치를 이루어야 한다는 신학이론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 나의 생활과는 얼마나 멀어져 있는 것인지 함께 일하던 동료사제가 선종했다는데 정말 그보다 더 바쁘고 큰일이 어디있겠는가? 그 정도 야단 맞는게 다행이라 싶었다.
눈물과 아쉬움으로 뒤범벅이 된 장례미사를 마치고 난 후 마침 우리본당 관할인「안의공소 성전」을 짓는데 큰 도움을 주고 계시는 자매님을 만났다. 늘상 전화로만 얘기를 주고 받은 터였기에 오늘만큼은 꼭 그 분 댁에 한번 들러줘야 한다고 떼(?)를 썼다. 속으론『야、나도 참 유명해졌구나. 이 시골 촌 신부가 서울 같은 대도시에 와서도 만날 사람이 있다니』라고 생각하며 그 자매님의 댁을 방문했었다. 그 숱한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을 의지하며 살았기에 그토록 많은 돈을 성전 짓는데 봉헌 할 수 있었겠구나. 하는 마음을 대화 속에 느낄 수 있었다. 얘기를 주고받다가 혹시 그동안 본당에 특별한 일이 없었는가 해서『별일 없었어요?』라고 전화를 했더니「가톨릭신문사」에서 전화가 왔단다. 그 내용인즉, 신부님의 「일요한담」원고가 반응이 괜찮은 것(?) 같다며、앞으로 5회를 더 연장해서 써달라는 연락이란다.『별일 없었어요?』라는 말에 참으로 별일이 생겨버린 느낌이었다. 이제껏의 원고도 참으로 죽을 고생을 하며 썼건만 거기에 앞으로 5회를 더 써달래니 앞이 캄캄한 느낌이다. 처음에는 뭣 모르고 투고를 시작했지만 간간이 들려오는 소식들을 통해 매스컴의 위력을 알게 되었고、그로 말미암아 원고를 쓴다는 일에 얼마나 주눅이 들었는데、또 원고를 써보내라니…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이 나에게 허락하신 작은 행복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별로 글 재주도 없으면서 또 사제의 삶에 따른 경륜도 밑바닥인 젊은 신부에게 이런 나눔의 자리를 주시는 분、역시 하느님이실테니까. 그렇기에 원고지 한 장 메꾸려고、몇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끙끙거리는 고통을 참아 받는다. 그러나 보니 원고마감시간도、지면도 채워졌나 보다.
애독자 여러분 앞으로 4번만 더 만나면 될 지겨운 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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