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식어린이 현황조사차 문교부를 방문、관련 자료를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담당자는『공개하기에 부끄러운 일』이라며 통계자료를 밝히길 꺼려했다.
물론 1인당 국민소득이 5천불에 육박하고、세계 속에서 선진국들과 어깨를 겨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세계에서 가장 후진국에서나 있을 굶주리는 어린이가 있다는 사실은 창피한 일이다.
또 외국인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세계에서 유례없는 초호화판 올림픽을 치른 나라에서 굶는 어린이가 있다니」라는 경멸의 눈초리를 보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개인이든 국가든 고쳐야할 것은 하루라도 빨리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자랑스럽지 못한 일」을 계속 숨기고 있다고 그것이 저절로 고쳐지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결식어린이의 수를 정확하게 조사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마련해「부끄러운 일」이 앞으로는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마냥 숨기기만 하려는 태도에서 우리나라의 장래가 더욱 암담함을 느꼈다.
또 결식어린이 조사과정 중『한 학급당 1~2명 이내로만 보고하라』는 교육구청의 회람이 돌려졌다는 사실에서 우리나라의 고질적 병폐인 공무원들의 관료적 태도가 아직까지 뿌리 깊이 박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식어린이 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차 그 수를 줄여서 보고 하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은「국가에서 조사 · 발표한 통계는 모두 조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한다.
국가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정확하게 조사 · 파악하여 모든 국민이 잘 살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실적위주의 안이한 공무원이 있는한 우리나라의 진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또 공무원들이 하루빨리 관료적 태도에서 벗어나 국민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본연의 자세로 일하지 않는다면 이 불신감은 해소할 길이 없다.
부끄러운 일들이 진정으로 없어지길 바란다면 그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함께 대책을 수립하고 고치도록 노력함으로써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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