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 본 사람이라면, 너나없이 자기 차의 속도에 대한 무감각함과 자기를 추월해서 달리는 다른 차의 빠른 속도에 대해서 놀랐을 것입니다.
전체가 다 시속 1백km이상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 고속도로에서는 별 생각 없이 그 교통의 흐름에 묻히게 되고, 쉽사리 제한속도를 넘어버리기 예사 입니다. 그러다 문득 속도게이지를 보곤 깜짝깜짝 놀라곤 하지요. 아마도 차안에 있는 사람은 자기 차의 속도에 대한 속도감을 잘 알아차리기 힘들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럴 때 한번쯤 노견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자기와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는 다른 차들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그 요란한 굉음, 엔진소리, 타이어소리, 바람가르는 소리…. 차안에서는 쾌적했던 그 속도가 지금은 길가에 서 있기 조차 무서울 정도의 빠른 속도임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자신이 얼마만큼 빨리 달려왔나, 얼마만큼 정신없이 몰아쳐 왔나, 한번 멈추어서 자기자신과 주위를 둘러 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할 것이고 지금이 바로 그 시기입니다.
우리의 신앙적인 삶에도 이러한 자세가 필요할 듯 합니다. 일반적으로, 일년의 시작을 1월 1일로 잡고 있듯이, 성교회에는 전례력이 있어서 이 전례력의 흐름에 따라 우리는 구세사의 신비에 참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교회의 전례력에 따르면, 우리는 「대림제1주일」로부터 시작해서 「그리스도왕대축일」로 전례력의 한 해를 마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6월에 예수성심성월로 그 전례력의 절반을 생활한 우리는 연중시기로 들어가면서 지난 우리의 신앙생활을 돌이켜 보고 반성해보는 시간들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더더구나 우리가 보냈던 지난 시간들은 예수그리스도의 대림과 성탄, 그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체험했던 시기들로서, 극적인 고조감속에서 보냈던 시간들이어서 그에 따르는 여러가지 행사의 준비와 참여에 분주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특별히 자기자신의 강한 내적동기에 따라 외부의 조건에 흔들림없이 살아가는 몇몇 드문 사람들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적으로 주어지는 어떤 규정들과 일정들은 우리의 삶을 어느정도 「잡아주는」역할을 하는 듯 합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볼 때, 대림에서 성모의 밤에 이르는 제반 교회의 행사 프로그램들이 우리의 신앙적인 삶에 있어서 일종의 좌표 역할을 했다면, 이제부터 맞이하는 연중시기 특히 7ㆍ8월은 별다른 성월도 없기 때문에 자칫 전례적 삶에 소홀함이 나타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신심행사나 전례에 있어서는 어떤 축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연중시기를 보내는 우리는 전례의 참 정신이 주는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 신앙생활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특별히 생각해본다면 6월말에는 초대교회때의 큰일꾼이신 성 베드로와 성바오로 사도 대축일이 있고, 7월에는 한국교회의 자랑인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님의 대축일이 그리고 8월에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승천대축일이 들어있습니다.
이러한 축일의 일련의 흐름속에서 우리 신자들은 온갖 위험과 고난을 무릅쓰고 주의 복음을 전파한 베드로ㆍ바오로 사도와 역사의 질곡속에서 진리를 외친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우리 신앙의 선조들을 생각하면서 전교에 열과 성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우리의 모든 노력과 자기희생을 성모님을 통하여 주 예수 그리스도께 봉헌하여야 할 것입니다. 전례의 삶을 사는 진정한 정신은 매일의 삶속에서 그리스도의 구속사업의 신비를 느끼고 그분께 대한 신앙을 고백하면서 사는 것임을 잊지 말고 꾸준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도드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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