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남편과 좋은 아내란 어떤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까?
부부(夫婦)가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깊게 의견을 교환해 볼 만한 매력있는 주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나름대로 훌륭한 주장들을 가지고 있씁니다. 지역、나이、성품、학력、가문、직업등등 그런대로 설득력이 있는 기준을 내세웁니다. 다만 이런 기준들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거나、혹은 과녁에 빗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합니다.
부부(夫婦)란 두사람의 관계라도 설명한다면 지나치게 평가기준을 낮게 잡고 있습니다. 두사람의 관계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에 개념을 두어야만 합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부부관계란 그리스도가 우리를 선택한것같이 남편은 아내를、아내는 남편을 선택한것입니다. (요한15、15) 선택이란 말을 초대라고 바꾸어도 상관은 없겠습니다.
문제는 이렇듯 엄청난(?)관계를 부부의 삶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점에 좋은 남편과 좋은 아내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엿보이기 시작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시다.
좋은 남편과 좋은 아내는 어떤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까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남편은 남편대로、아내는 아내대로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부부란 한몸(일치)으로 설명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잘먹고、잘입고、자식새끼를 좋은 대학에 보내면 그만이란 식의 설명은 잠시 보류하시고 보다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에서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남편과 아내 혹은 아내와 남편을 설명하자면 그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의 주제를 떠올려 보면 간단히 판가름이 납니다. 사업, 정치, 자녀교육, 노후대책, 이웃사랑 심지어 교회에 관한 대화까지 포함해서 이런것들은 꼭 부부가 아니더라도 대화의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부부는 모름지기「우리」에 관한 대화를 나누어야만 합니다. 「우리」라는 개념은 「너와나」가 아니라「나와 또 다른 나」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체험을、당신의 체험을 지금 상태에서 대화를 나누어야만 합니다. 잡다한 세상의 일들이 대화의 주제가 아니라,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해야만 합니다. 이것이야 말로 나는 당신을 위한 당신은 나를 위한 최고의 사랑이며 희생이며 헌신하는 일이 되겠습니다. 이웃집 사람이 고급승용차를 사고、승진하고 혹은 60여평짜리 아파트로 이사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당신이 까닭없이 화를 냈을 때、나의 심정(느낌)을 이야기해야만 합니다. 가장 멋있는 남편과 아내란 자신의 느낌을 가능한 한 자상하고 사랑스럽게 드러내는 사람입니다. 그것은 위대한 선물이며 사랑에의 모험이며 부부가 함께 지닐 수 있는 야먕(野望)입니다.
부부가 무슨 할 이야기가 그토록 많으냐구요? 글쎄요 실제로 50년만에 친구를 만났다고 가정해봅시다.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얼마나 나눌 수 있을까요? 한지붕 밑에서 한솥밥을 먹고 살기 때문에 너무 너무 할 이야기가 많은 것입니다. 물론 대단한 노력과 야심에 찬 모험이 필요합니다. 늘 함께 있다 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쉽게 상처를 주고 받으며 그 상처는 우리의 말문을 막아 버립니다.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사람으로 혹은 살림 솜씨가 좋다는 것으로 좋은 남편과 좋은 아내를 설명할순 없습니다. 우리를 흥분시키는 정치문제가 또는 파장이 된 증권시장이、말썽 많은 아파트 분양이 부부관계에 굉장한 영향을 미칠것같지만 사실과는 다릅니다. 정치가 잘못돼서、증권이 급락해서、아파트가 없어서 등등…그런 이유로 인하여 우리 부부가 잘못 살아왔다는 말은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남편은 아내로 인하여 존재하고 아내는 남편으로 인하여 존재합니다. 절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떼어놓고 생각하면 뜻이 기울어 집니다.이것은 하느님의 계획에 의한 필연적인 만남입니다.(요한15、1~10).
결론을 서둘러야 겠습니다. 부부란 거의 해결할 수도 없는 잡다한 세상일을 우리 결혼생활에 끌어 들이지 말고、우리 두사람의 일치된 관계를 잡다한 세상을 향해 내 보여줘야 합니다. 말이야 얼마나 멋있습니까. 이렇게 쓰고 있는 필자의 지금 심정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습니다. 때 아닌 삼복여름을 만난듯 온몸에 후덥지근한 땀이 흐르고 있습니다. 『당신은 오늘따라 피곤해 보이는 구려? 내 마음이 씁쓸해! 지지리도 잘 못해준 것 같아서 말이야』 이런 식의 너와 나의 이야기를 주고 받아야 진짜로 가장 좋은 남편과 가장 좋은 아내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도 않거니와、이런식 대화를 시도해 보지도 않고 시시한 일로 단정해 버리기에 손해가 큽니다. 또 부부(夫婦)가 있다는 것을 아무리 거론해도 우리의 가슴은 늘 「텅」비어 있기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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