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의회 선거가 끝이나고 선거 결과가 나오면서 나는 사실 양심의 가책을 몹시 받았다. 투표일 며칠 전날부터 우리는 방송(MBCㆍ여성시대)에서 매일 「투표를 꼭 해야한다」「이런 사람들은 찍지 말아야 한다」하면서 투표를 독려했고 또 공정한 선거를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에 적극 동참 했었다. 민주사회에서 정치를 개편하는 일은 선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나는 굳게 믿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투표일날 나는 끝내 투표장엘 가지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솔직하게 찍고 싶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여당도 야당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무소속으로 나온 사랑은 전혀 어떤 사람인지 감도 잡을 수가 없었고-.
「그래도 가야 하나, 아니야 이럴땐 오히려 기권하는게 더 양심적이야」 이렇게 망설이다가 시간을 넘겨 버렸고 그 이튿날 선거 결과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투표율이 50%가 조금 넘고 여당의 압승이란 결과에 나는 공연히 큰 죄를 지은 느낌이고 몹시 마음이 착잡했다.
물론 원인이야 여러가지가 있었겠고 진 쪽도 자랑할말, 변명할 말들이 있겠지만 아무튼 한쪽은 너무 압승이고 한쪽은 너무 심하게 졌다는 느낌이다. 안정된 여당이 필요한것과 마찬가지로 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줄 건전한 야당이 있어야만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전되는게 아니겠는가.
어떤 이유에서건 야당이 저렇게 풀죽어 있는건 답답하고 안타깝다. 그리고 몹시 미안하다. 「어떻든 투표를 해서 저 풀죽은 야당에게 한표를 던졌어야 했는데」싶어서. 물론 내 한표가 무슨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랴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의 민주주의는 점점 더뎌지는게 아닌가 싶어서 깊은 반성을 하게된다.
거리에서 화염병 던지고 격렬한 데모로 정권교체 부르짖는 학생들도 투표에 참여 하지 않았다는게 아이러니다. 인제 선거를 통하지 않는 어떤 혁명도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는걸 우린 깊이 깨닫고 그리고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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