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자살율이 세계 최고라는 연구 결과가 연세대 의대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한국인은 이 지구상에서 스스로 자기의 목숨을 가장 잘 끊는 민족이라는 부끄러운 내용으로서 우리에게 큰 충격을 던져주기에 족하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근면 성실하며 인내심이 강한 민족임을 자부해왔었는데 이 자부심에 먹칠을 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참으로 부끄러운 노릇이다. 교통사고 사망율을 비롯 흡연ㆍ음주량 등 바람직스럽지 못한 분야에서 우리는 너무나 앞서가고 있다. 자살율이 높은 것 역시 이런한 사회 병리적 현상의 만연에서 나온 결과로 진단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자기의 목숨을 끊는 행위인 자살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난 받아왔다. 자살행위를 인간고유의 능력으로 찬양한 철학자 사상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살은 겁장이 게으름뱅이의 행위、도피행위、수치스러운 수단 등으로 부정시 되어왔다.
교회가 자살을 대죄로 규정하는 이유는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으며 자살은 곧 하느님의 형상 파괴 행위이기 때문이다(창세기1、27~28참조).
십계명에서는 보다 명료하게 이것을 밝히고 있다.『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계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도 포함되어 있다.
성경에서는 속죄의 방편으로서도 자살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예수를 단 한번 배반한 유다스와 예수를 세 번씩이나 부인한 베드로는 참으로 대조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전자는 자살로서 속죄하려한 반면 후자는 참회의 열정으로 순교함으로써 나타난 그 결과는 자살의 무의미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외세의 침략 수탈과 가난속에서도 우리의 조상들은 꿋꿋하게 살아온 강인한 민족이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모발 하나라도 함부로 다루지 않을 만큼 신체를 중요시해온 민족이 아니든가. 자살문제는 이제 민족의 자긍심을 회복시키는 차원에서 범국민적 예방활동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60~70년대 자살의 주요인이 생활고였음에 반해 1988년통계에서 생활고는 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비관ㆍ낙망으로 인한 것이 30.7%로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도 오른 전세값을 마련할 길이 없어 자살한 주부의 우울한 소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살의 행태가 크게 변화하고 있음은 주목할 만 하다.
1988년 치안본부 통계에 따르면 자살 요인은 비관ㆍ낙망30.7%、병고19%、가정불화12%、생활고8%、배우자 부정6ㆍ4%、염세5%순으로 나타나있다.
어려움이 닥치면 쉽게 좌절하고 낙망하는 허약성、그리고 가정불화와 배우자 부정이 전체 자살자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음에 주목하여야 하겠다. 이 요소들이 개선된다면 자살율은 상당히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회가 이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자살예방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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