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비폭력은 진정 약한 것이고 힘없는 것인가 하는 자조 섞인 한탄의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폭력사태는 이제 극에 달한 느낌마저 든다.
이러한 위기감속에서 주교회의정의 평화위원회는 지난달 21일「현시국을 우려하는 우리의 호소」란 제하의 시국성명서를 발표, 7개분에 걸쳐 교회의 입장을 천명한바있다.
이 성명에서는 시국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언급하였으나 그 가운데서도 폭력이 난무하고 있는 현사태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표명하였다. 『공권력이 폭력으로 사용되거나 이에 대응한 폭력이나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밝혀 노사간의 폭력 등 어떠한 폭력행위도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교회의 이 외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 성명이 발료된 후 불과 1주일만인 4월28일 성당을 난입한 외부인들에 의해 신부가 폭행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참으로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 왜 이 지경으로까지 치달아야만 하는지 참담할 뿐이다.
더구나 이들이 취한 언동에서 우리는 교권(敎權)의 위협마저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자고로 교회란 힘(권력)과는 무관한 단체다. 폭력에 맞설만한 아무런 제도적 장치가 전무한 단체이다.
국민모두가 보호해주지 않으면 나약하기 그지없는 존재이다.
그런데 이 교회에 노조를 도왔다는 이유로 회사관리들이 대거난입, 폭행과 폭언을 부재(不在)에서 오는 무법천지의 소산이다. 「빨갱이 신부」운운은 차치하고라도 『신부라면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뺨을 맞아야지』라고 하면서 이를 그대로 실행에 옮긴 회모독행위인 것이다. 가톨릭 사제에 대한 폭력은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전주교구 박창신 신부 백주 테러사건」을 비롯, 수차례에 걸친 테러행위가 있었으나 공권력의 비호하에 은폐되어 그때마다 미궁에 빠져들곤 하였다.
그러나 이번 성당난입 신부폭행 사건은 비록 한밤중이긴 하였으나 너무나도 당당히 신분을 드러내고 저지른 망동이어서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법을 두려워 할 줄 모르는 폭도들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이 정권은 그야말로 구제불능이 아닐 수 없다.
폭력을 아무데서나 휘두르고도 거리를 활보하는 자들을 용납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사랑은 아니다. 또한 폭력을 다스려야할 공권력이 그 폭력세력을 비호하거나 방관한다면 이미 그 권한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적반하장(賊反荷杖)격으로 이들 무법자들은 오히려 폭행당했다는 억지주장을 펴고 있고, 이에 대한 공권력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으니 결국 불신풍조만 만연될 뿐이다. 너무나 자명한 폭력행위 앞에서도 그 배경과 힘 때문에 기를 펴지 못하는 공권력회복과 교권수호의 차원에서 이 사건의 추이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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