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비해 여성의 사회진출이 두드러지고, 아내가 직장을 다니는 남편들의 가사분담이 자연스럽게 거론되고, 가계지출권을 아내에게 박탈당했다고 주장하는 남편들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에도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남자도 어떤 여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지겠지만 가장인 남편의 의식수준과 경제능력이 아내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결혼이 「시집가는 것」으로 인식되는 가부장적인 사회분위기에서 남성의 주도권을 인정하는 뒤 웅박 팔자론을 전면 부장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자기 일을 갖고 자신감있게 사는 일부의 여성들까지 책임감과 노력의 의미가 탈색된 팔자타령에 포함시키는 것이 실례되는 일이겠지만 독신주의자가 아닌 보편의 여성들에게 남편의 이해가 동반되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포괄적 의미의 팔자로 양해되지 않을까 한다.
구약성서를 읽어보면 유다 사회의 아내는 남편의 재산목록의 하나 (출애 20, 17) 였으며, 여자는 남자에게 죄를 유발시키는 존재로 (집회 9, 25: 장연 7), 딸은 아비의 애물단지로 (집회서 42) 묘사되어 있다.
배우자 선택에서도 『여자는 어느 남자든 남편으로 삼지만 남자에게는 더 좋은 여자와 덜 좋은 여자가 있다』 (집회 36, 21) 고 한다.
남자들이 편집했을 것이 분명한 지혜서의 여자는 경계해야할 대상이지 인격체도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도 아니다.
이런 식으로 이어져 온 여성관은 여성들에게 열등의식을 누적시켜 왔으며 현대에도 많은 여성들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갈등을 겪고 부당한 대우를 받고있다. 마찰을 피하게 위해 여성이 자기 몫의 당당한 주장을 유보하면 겸손으로 칭송받기도 한다.
각설하고 이천년전 예수님은 여성들의 새로운 빛으로 오셨다.
그분이 천대받던 여인들을 어떻게 대하셨는지 신약성서 곳곳에 나타나 있다. 아마도 난생 처음 인격적 대접을 받았을 여인들은 한결같이 감격하여 새삶을 시작한다.
제자들마저 도망가버린 수난의 시간에 여자들이 결사적으로 그분의 주변을 지킨 것은 (마태 28, 55~56) 그분의 존재가 문자 그대로 그녀들의 생명의 의의였기 때문이리라. 이런 맥락에서 예수님을 여성의 팔자를 전환시킨 최초의 여성해방자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예수님은 여성을 당당한 인격체로서 하느님 사업의 일꾼으로 초대하심으로써 여성의 지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셨다. 이제 여성을 자신이 먼저 남성 들에 의해 주입된 피동적 여성관을 벗어버려야겠지만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시각의 근본적 교정이 필연적으로 요청된다.
교회가 앞장 서서 여성들의 억압된 에너지를 해방시켜 창조사업에 집약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그것은 결국 인류의 공동선에 이바지할 것이다. 이는 예수님이 우리 모두에게 촉구하시는 복음적 사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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