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고령군 쌍림면에 자리잡고 있는 쌍림공단내 한 공터. 8일 저녁부터 이 공터에는 비닐로 된 천막 두동이 설치됐고 「들꽃마을」이라 쓰여진 현수막이 내걸려졌다.
「들꽃마을」은 대구대교구 최영배 신부가 보호하고 있는 무의탁행려자 보호시설.
지난 7일 오후 월막복지 시설입주를 막는 주민들과 대차하다 8일 저녁에 이곳으로 거주지를 옮긴 이들은 후원회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먹고 자는 것을 함께 해결하고 있다.
「쓰레기들과 같이 살 수 없다」고 이들을 몰아낸 지역 주민들.
「우리집」을 놔두고도 길거리로 나앉은 「들꽃마을」 사람들. 무엇이 이 사람들을 갈라놓게 했을까.
들꽃마을 사람들 20여명을 보호하고 있는 최영배 신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지역민들 처사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며 어려운 이를 돕는다는 고귀한 정신이 무시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씁쓸해 한다.
어떠한 대안도 없이 「지역을 오염시킨다」는 이유로 「들꽃마을」사람들을 막고있는 주민들은 월막복지시설 진입로에 지키고 서서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왜 하필 이땅에 그런 불구자 무의탁자들이 들어와야 하느냐」가 그들의 항변이다. 최신부가 벌이는 빈민보호와 그 취지는 이해하지만 「내땅에서 만은 안된다」는 기막힌 주장이었다.
요즘 도시곳곳에서 들려오는, 동네이미지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양로원ㆍ불우시설설립을 막아대는 도시민들의 집단이기주의가 이곳에서도 확인된 느낌이었다. 진정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표시인지.
들꽃마을에는 5명의 어린이도 함께 기거하고 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이다. 이들은 기자가 방문했을 때 이곳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막을 돌아다니며 장난을 쳐댔고 할머니들은 누워서 내리는 비를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박약아로 보이는 청년은 연신 웃고만 있다.
최영배신부는 들꽃마을이 이렇게 내몰린 현실이 구원의 한 과정이 아니겠느냐며 가난한 이를 사랑하는 정신으로 이 어려움에 처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들꽃마을을 나서는데 천막 한켠에서 봉사자들이 부르는 「그대여 걱정말아요~」라는 복음성가가 유난히 귀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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