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동생의 권유로 「나눔의 전화」 자원봉사자 교육을 받게 되었다. 상담을 청해오는 사람의 상대를 해줌으로써 그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뜻에서라기 보다는 실은 나 스스로를 위해서 공부할 기회를 가지고자 했던 것이다.
고희의 나이를 넘기고도 모르는 것이 많고, 또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일들을 받아들이고 대처하기에 힘이 벅찰 때가 많았다.
우선 내 마음 속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문제였고, 더 급한 일이었다.
영국이 2백년동안에 이룩한 만큼의 발전을 우리는 단 40년만에 이루었다고 한다. 따라서 세대간의 벽이 두터워지고, 계층간의 격차가 심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겠다. 그리고 그 틈새에 끼어 고통을 겪는 일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우리 세대는 「삼종지도 (三從之道) 」를 부덕의 중요한 덕목으로 삼아, 시집가면 남편에의 무조건 복종이 강요되고 「불순구고 (不順舅姑) 」를 칠거지악의 첫째로 꼽던 때의 아내요 며느리였다. 요즘의 아내나 며느리와 대비시켜볼 때, 가치관이나 의식구조 또는 생활감정에 엄청난 혼돈이 빚어짐은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어나가는 것이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텔레비전방송에서 구상(具常) 시인께서 이 사회의 모든 현상은 사회 구성원의 「지ㆍ정ㆍ의(知情意) 의 총화」라고 말씀하시던 일이 생각난다. 그렇다고 하면 요즘 일어나는 온갖 사회병리적 현상에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하겠다. 청소년의 비행문제는 그들의 부모가 잘못 기른 탓일 때가 많고, 중장년층을 올바르게 이끌지 못한 우리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이 사회가 산업화에서 정보화시대로 변천하면서 자동화되어, 보다 편리하고 신속화된 반면에 인간이 기계에 예속되어 사고력이 말살되고 인간성을 상실하게 됐다. 순화된 정서와 스스로를 다스리는 굳은 의지를 가진 성숙된 자유인으로의 인간성 회복이야말로 이 시대의 모든 사회 병폐에서 벗어나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 아픔을 시원히 씻어주기에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그렇더라도 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주는 싱그러운 훈풍처럼 식혀줄 수만이라도 있었으면 하고 나름대로의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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