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명을 남편에게 알려주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았지만 나름대로 남편에게 죽음의 준비를 시켜주었습니다.
성경 녹음테이프로 들려주고 성인전도 읽게 하고 성가도 수시로 들려주었습니다.
『죽음은 무서운 인생의 종말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하였더니 남편은『당신은 가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하면서 더 열변을 토했습니다.
물론 사심판 때에는 잘잘못을 가리시겠지만 자비롭고 의로우신 분이 우리를 나쁜 곳으로 보내시겠는가. 연옥에서 영혼정화를 시키시어 당신의 나라로 이끌어 주실 텐데 죽음을 왜 이리 두려워할까. 저 역시 죽는다면 더 두려워 할 것인데、남편한테 너무 큰 소리를 친 것 같았습니다. 몇 년 전만해도『당신은 열심히 성당에 다니니까 나는 당신 치마꼬리 붙들고 천당에 가겠노라』고 했는데『내가 먼저 갈 것 같다』며 지나온 삶을 후회하고 반성하는 것이었습니다.
『구원은 하느님께서 하시는데 어찌 성당만 다닌다고 천당에 가겠는가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 대전에 나아갈 때 성당에 다닌 사람들보다 먼저 천국에 들어 갈수 있느니 당신이 먼저 천국에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새 아파트로 이사를 와서 새 본당에 교적을 접수시키고 봉성체를 신청했습니다. 한달에 1번씩 신부님께서 오셔서 성체를 영해주고 가시면 남편은 마음을 조금 놓는 것 같았습니다. 수녀님께서 저의 집 근처 레지오 단원에게 알려주시어 단원들은 수시로 와서 기도해 주셨습니다.
남편은 레지오 단원의 기도 덕분에 평온을 찾은 듯 했지만 날짜가 계속 지나감에 따라 복수는 점점 차올랐습니다. 이제는 대소변도 잘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러니 물조차 마음대로 못 마시고 입술에 조금씩 묻혀만 주었습니다.
고통은 점차로 심해지고 저도 이제는 지칠 대로 지쳐있었습니다. 남편은 계속 투정이고 이제는 기도 지향도 바뀌어졌습니다. 『주님 남편을 이 고통에서 어서 빨리 데려가 주십시오』너무도 야비한 기도였지만 저는 진정으로 드리는 기도였습니다.
그러나 불러가실 때에는 종부 성사를 받고 가게 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미리 받으면 좋으련만 나는 죽지 않으니 안받겠다고 떼를 쓰니 억지로 미리 받으라고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만약 때를 놓치면 어떡하나」불안한 마음에 꼭 노자성체만큼은 모시고 가게해 달라고 시도 때도 없이 화살기도를 바쳤습니다. 석 달 밖에 못산다던 생명이 6개월을 넘겼습니다. 남편은 세상을 떠나기 일주일 전쯤 완전 곡기가 끊어지고 알부민주사로 연명해 나갔습니다.
이때부터 통증은 심하게 왔습니다. 주사와 약은 습관성이 생긴다고 거절을 하며 피땀을 흘리며 참아 받았습니다. 미련한 남편은 죽음이 촉각을 다투고 있는데도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이 고통을 맹목적을 참지 말고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에 참여하는 마음으로 아픔을 참아 받으라고 하니 고개만 끄덕이고 이제는 말조차 하기 힘들어했습니다. 이 시간까지 남편은 살겠다는 마음으로 진통제를 1대도 맞지 않으셨고 혹시 몰라서 병원에서 주사를 몇 개 구해다 놓았는데 죽는 순간까지 남편은 그 아픈 고통을 예수님과 같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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