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
얼굴도 제대로 잘 모르는 K자매님!
벌써 완연한 봄 기운입니다. 계절의 변화를 통해 하느님의 크신 섭리를 더욱 새롭게 새겨보는 나날들입니다.
멀리 바닷가에서 자매님이 보내주신 편지、반갑고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보았습니다. 더구나 제가 쓰고 있는 가톨릭 신문의「일요한담」난을 보시고 전해주신 편지였기에 매스컴의 위력에 또 한번 놀라고 말았습니다.
자매님이 어느 분이신지 저는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자매님은 저를 부제 때부터 아셨고 그 후론 먼 발치에서 교구 행사 때나 혹은 모임 때마다 마음으로 만나보고、염려해 주시고 기도해 오셨다니 그저 가슴 찡한 마음으로 사제라는 삶이 무엇인가를 되새겨 볼 따름입니다.
자매님의 이런 편지나 글이 사제의 삶을 지켜주고 격려해주는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요. 또한 내가 사제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것이 자신의 힘이 아니라 자매님과 같은 많은 분들이 사제들을 위해 알게 모르게 기억해주고、기도해 주심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잊지 않으렵니다.
K자매님!
이제 사순절도 막바지를 맞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또 얼마 전 사순절을 맞으면서、새롭게 다짐했던 결심들의 성과는 어떠신가요?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일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어떤 책에선가 대목입니다. 새해 들어 이제 겨우 3개월여、사순절이 거의 지난 상태이건만 처음의 결심들과는 전혀 동떨어진 상태에 있는 우리의 생활은 아닐런지요? 그만 자포자기해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답니다.
허나 성서시편의 저자는 우리를 낙심한 채로 그냥 있게 두지 않으시고「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적절한 때」라는 말씀으로 우리를 채찍질하십니다.
사순절「수난기약 다다르니」라는 성가를 늘상 입으로는 노래하면서도 몸과 마음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고통을 외면한 채 살아온 지난 우리 삶을 오늘 이 시간부터라도 새롭게 고쳐 살도록 노력합시다.
얼굴로 이름도 낯설은 K자매님!
우리가 서로 이렇게 글을 주고 받을 수 있음도 하느님 때문임을 생각하며 따사롭고 화사한 봄기운이 우리를 유혹하려 할지라도 우리의 근본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힘써야겠죠?
모쪼록 크신 님의 사랑 안에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한 나날되시고 기쁜 부활 맞이하십시오.
멀리 지리산 밑 함양성당에서 이 아오스딩 신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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