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동안 치료해서 나을 병이라면 이런 기분이 아닐텐데! 보는 사람마다 『고것참 예쁘게 생겼다』며 탐내던 내딸이 불치병으로 평생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숨만 나왔다.
병원에 있는 준미를 집으로 데려왔다. 치료를 했지만 낫기는 커녕, 뇌검사에다 피검사를 계속하여 딸은 오히려 약할대로 약해졌고 무엇보다 내가 그동안 보내준 돈은 이미 치료비로 거의 다써버려 더 있을수도 없었다. 그래서 평택에 있는 나병환자 진료소를 알게되어 거기서 주는 약을 타다가 먹기로 했다. 그런데 평생을 먹어야 된다고 했다. 준미는 며칠에 한번씩 밤에 잠들시간 때 쯤이면 온 사지가 뒤틀렸고 입에 거품을 물고 허위적 거렸다. 그모습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아내는 근 10여년을 남묘호랭개교를 믿고 있었다. 가끔 나에게도 자기교를 같이 믿자고 졸라댔고 그럴때마다 나는 아무생각 없이 『당신이나 믿어! 』하고 말해 왔었다. 아이들은 엄마의 강요로 하루에도 수십번씩 「남묘호랭개교」를 외어 됐다. 난 「개종을 시켜야지」 하고 늘 생각했지만 말은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아내가 불상을 모셔야 겠다며 제단을 짜 달라고 했다. 난, 처음에 거절을 했지만 며칠씩 성화를 부리는 아내와 다투기 싫어 할 수 없이 재료를 사다가 원하는대로 짜 주었다. 아직도 내 신앙심이 강하지 못해 결국 아내에게 지고만 것이었다. 아내는 이제 불상을 모시고 좀더 정성껏 치성을 드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날밤 나는 아주 신비한 꿈을 꾸었다. 내가 어느 높다란 언덕밑 넓은 들판에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둘러서 있는곳에 함께 있었는데 앞언덕위를 쳐다보니 제법 큰 황금빛 불상이 놓여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이제 저 불상이 떨어져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말이 떨어지자, 정말 그 불상이 언덕에서 떨어져 산산조각이 너더니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깨어진 불상속에서, 옷을 하나도 입지않은 젊은 사람이 엄숙한 모습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지않은가! 그리고는 사람들을 뚫고 천천히 계속 걸어가는데 내가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이윽고 그 사람은 열려져 있는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더니 손가락으로 쌓인 먼지를 찍으며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너무나 엄숙했다. 그리고 나는 다른 방으로 갔는데 거기에는 흰옷을 입은 여인이 앉아있고 오른손에 묵주를 가득 움켜쥐고 있었다. 그런데 또 한여인이 들어오더니 묵주를 이리저리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꿈을 깼는데 오전 10시쯤 됐을까, 뜻밖에 제주도에 있는 누나가 왔다. 갑자기 소식도 없이 왔는지라 『누나! 웬일이야』하고 물었더니 『내가 간밤에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갑자기 너희들 생각이 나서 왔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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