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짙게 들려와 그 옛날 동심의 세계로 떠나게 합니다. 또한 빠꾸기 울음소리가 시골의 정취를 연상케 합니다 김신부의 회답받고 정말 고마웠습니다. 솔직히 정말 고마웠습니다. 솔직히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저는 이곳에서 서신을 올리면서 회신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워낙 바쁘시고 먼곳에 떨어져있는 예비신자에게까지 사랑을 나누어 주시리라고는 생각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김신부님, 영등포에 있을땐 한달에 최소한 1회정도 장엄한 미사를 가졌는데 이곳에서는 형제 30여명이 모여 공소 예절을 갖고 있습니다. 무조건 규모가 큰 미사이어야만 믿음이 강하게 자리 잡는것은 아니지만 저희들끼리 신심을 키워나가기엔 아쉬움이 많은것 같아 영등포 생각이 더욱 더 간절히 납니다. 저는 10년간의 기자생활을 통하여 피상적인 교정교화를 생각했었으나 막상 이곳에서 수인의 몸으로 지내보니 진정한 교정교화는 믿음, 즉 하느님을 진실되게 영접하는 길뿐이라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빛좋은 명분보다는 진리의 길로 재소자들을 인도해야만 밝은 사회, 인간답게 살아가는 슬기와 지혜를 터득할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제가 볼때 현 교도소 상황은 무조건 수감하여 교정교화는 뒷전에 밀리고 오히려 교도소 동창생을 만들어 공범을 늘리고 범죄수법을 다양화, 기능화하는 범죄대학(?)같은 생각이 듭니다. 일기를 쓰게 하고 부모형제 그리고 보고싶은 사람들께 자유롭게 편지할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하는 현재의 교정교화 제도는 허울 좋은 구호로 끝나고 맙니다.
신부님! 저에게 글로써 보내주신대로 모든 것 하느님께 맡기고 살아가렵니다. 속이고 감출 필요없이 하느님은 모든 진실을 알고 계시니까 진솔된 고백을 통해 올바르게 살아갈 수가 있잖아요. 하느님을 속이려고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우매한 짓이지요. 그러나 이런 것을 모르고 살아온 지난날이 후회스럽기 보다는 한심하고 초라한 생각이듭니다. 하느님을 진심으로 영접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대가를 치루어야 하나봐요. 그렇지 않고 하느님을 따르는 형제 자매들은 정말로 천복을 받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김신부님 정말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어 저같이 불쌍하고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죄인들에게 하느님의 뜨거운 사랑을 심어 주세요. 안녕히 계십시요. ○○교도소에서
이글은 신앙의 싹을 키워가고 있는 어느 한 수인(囚人)이 신부님께 비밀리에 보내온 편지이다. 교도소내에 편지를 쓰는 것이 제한돼 있는 현실을 감안, 지명, 필자명 등 필자에게 해가될 소지가 있는 내용은 모두 삭제했음을 밝혀둔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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