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이 뭐니? 이한주에요. 아니아니 그냥 학교에서 부르는 이름 말고、성당에서 부르는 이름. 성당에서 부르는 이름요? 잘 모르는데요. 너네 엄마나 아빠 성당에 안다니시니? 다니시는데요. 그런데 본명도 몰라?』
주일학교 어린이 미사를 마친 뒤 성당마당에서 어느 주일학교 저학년과 나눈 대화 한토막이다. 설마하니 주일학교 다니는 정도의 아이가 제 본명을 모를리가 있나?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부모님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주변엔 어렸을 때 유아영세는 받아 놓고도 제 본명을 남이 물었을 때、쉽게 대답하는 경우가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닌듯 싶다.
우리 본당은 오랜 구교우 가정이 많기에 간혹、옛날 자기가 어렸을 때 집에서 본명으로만 이름을 불렀기에 친구들이나 동네에서 놀림을 당했다는 얘기를 하는 신자분을 만난다.『신부님、제 본명이 말구아입니꺼. 아버지가 저를 찾으실 때 「다두(다태오) 말고 말구(마르꼬)야!」라고 부르시면 친구들과 함께 놀다 그 「말구」라는 이름이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져 집으로 뛰어오곤 했습니다. 그러나 크고 나서보니、그런 남들이 없는 이름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신앙은 결코 말로써만 교육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삶에서、생활 속에서 우러나지 않고는 더욱이 힘든 일이다. 더구나 그것이 어린 자녀들의 신앙교육일 경우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신자가정에서 자녀들을 부를 때、본명을 불러주는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 처음에 들을 땐 조금 어색해하고、부끄러워 하더라도、얼마간의 시간만 지나고 나면、자신이 남들에겐 없는 색다른 이름이 있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스럽게 느끼고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 틀림없다. 이 보다 더 훌륭한 신앙교육이 따로 있을까?
어느 주일엔가 본당 교우분들께 엄포(?)를 놓았다.『만약 제가 가정방문을 했을 때나、주일학교에서 자기 본명을 제대로 모르는 아이가 있을 때、그때는 그 아이보다 그 부모들을 가만 놔두지 않겠습니다』라고 선언했다. 그후로 집집마다、전부 본명 가르치기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본명 혹 영세명은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남을 표현하는 새 생명의 표지이다、하교 후 집에 들어서는 자녀들 향해、『알풍소! 학교 다녀왔니?』라고 맞아주는 그 가정은 하느님 보시기에 얼마나 좋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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