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저는 친척 할머니의 90세 생신 축하연에 다녀 왔습니다.
분홍 저고리를 곱게 차려 입으신 할머니는 아직도 너무 곱고 정정해서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깜짝 놀랄 지경이었습니다. 아직도 하루에 담배 한갑을 피우시고 계란 세알에 커피를 다섯잔씩이나 마셔도 아무렇지도 않으시고 안경 없이 책을 읽으신다는, 맏며느님의 말씀은 믿기지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술도 담배도 끊고 건강 관리 철저히 한다는 것도 별것 아닌게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저는 그날 저 연세까지 저렇게 곱게 늙는 비결이 무얼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할머니의 경우를 보면 가장 잘 늙는 방법이라는 결론을 얻을수 있습니다. 젊었을 적부터 언제나 그 댁은 베푸는 쪽이었습니다. 물론 먹고 살만한 재산이 있었으니까 가능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댁에선 누구든 그냥 사람을 보내는 법이 없었습니다. 거지도 언제나 따뜻한 밥 한그릇을 배불리 먹여서 보냈고 말 한마디라도 언제나 따뜻했고 사랑이 담겨 있었습니다. 8남매 당신 자식들에겐 엄격하기 그지 없었지만 남에겐 절대로 미소를 잃는 법이 없으셨습니다. 그 사랑과 그 엄격함 속에서 자란 자손들도 하나같이 마음이 따뜻하고 예의가 바릅니다.
그날도 팔남매와 그 자손들까지 수십명 직계가족들의 절을 받으시는 할머니의 얼굴에는 그 후덕한 미소가 가실질 않아서 모인 사람들의 커다란 칭송을 받으셨습니다. 거의 한세기 가까운 세월을 우리 나라의 온갖 풍상과 함께 꿋꿋하게 살아오신 한 한국 여인의 표상이 그곳에 계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는 저런 끝없이 후덕하고 엄격한 어머니상은 끝나가는것이 아닐까 생각을 빌었습니다. 욕심없이 평생을 사랑으로 살아오신 할머니가 조금 더 사셔서 20세기를 넘기신다면 참 뜻깊은 사건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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