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꿈인즉슨 누나가 어느산 골짜기 가운데 서있었느데 갑자기 억수같은 비가 쏟아져 사방이 흥수가 났는데, 물이 골짜기로 쏟아져 내려와 누나는 허우적 거리며 사방을 둘러보니 저만치 조그만 낡은 성당이 있더라는 것이었다. 『옳지 저기만 가면 살수 있다』생각하고 죽을 힘을 다해서 성당으로 들어가 살았다는 그런 얘기였다. 그리고는 갑자기 내 아내가 생각이 나서 부랴부랴 왔다는 것이었다. 그말을 듣자 잠깐 잊고 있던 내꿈이 생각나서 나도 꿈을 꾸었다며, 꿈얘기를 했더니『얘! 이건 아무래도 보통꿈이 아니다. 아마 네 아내를 성당에 나가게 하려고 하느님이 계시를 하시는 것인가보다』하며 그길로 아내를 앉혀놓고 본격적인 설득을 시작했다. 나는 각오를 단단히 했다. 십년이 넘도록 믿어온것을 그리쉽게 버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하느님의 뜻이기에 최후의 순간도 각오를 하고, 『여보! 나는 십년이 넘도록 당신이 내뜻을 따라 줘, 정싫다면 딱, 한번만 성당에 나가자.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으며 그땐 당신 마음대로 해도좋아』라고 하며 달랬다. 그때 심정은 단한번만 성당에 나가기만 하면, 그뒤는 하느님이 반드시 알아서 해주시리라 믿는 마음이었다. 둘이서 계속 달래니 아내는 마지못해 그러겠다고 했다. 그리고 오후에 서울에 간길에 나는 아내를 명동성당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아는데로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고는 성물판매소에서 십자목걸이를 사서「이 목걸이를 걸고 있으면 어떤 마귀도 근접못한다」고 하며, 목에 걸어 주었다. 아내는 거절은 하지않았다. 집에 돌아와서, 구역반장님을 찾아가 사실 얘기를 하고 와달라고 했더니 아주 좋아하시며, 반원 몇분과 함께 찾아오셨다. 그때 다락방에는 남묘호랭개교에 관한 물건들이 있었는데 그것을 모조리 끄집어내어 불태워 버렸다. 그리고 온집안에 성수을 뿌리고 성가를 부르며 기도를 바치고 여러가지 복음을 아내에게 들려주었다. 아내는 시종일관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밤 아내는 밤새도록 뱀과 싸우느라 진땀을 뺏다고 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알수없는 상태인데 무지하게 큰 뱀과 싸웠으며 워낙 큰 뱀이라 좀처럼 죽일수가 없어 이를 악물고 죽을힘을 다해 겨우 죽였다고 했다. 아침에 아내를 보니 눈은 충혈돼 있고 온통 식은땀에 젖어 있었다.

나는『이제 당신한테서 마귀가 떨어져 나갔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는 아침을 먹은 후 온가족이 함께 성당으로 나섰다. 가게 됐다. 상쾌한 일요일 아침 만큼이나 내 마음도 무척이나 흥분됐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진작 이랬어야 하는건데···」정말, 흐뭇했다. 아내의 표정은 무뚝뚝했고, 마지못해 따라하는 듯했다. 마사가 끝나기도 전에 아내는 도저히 견딜수 없는지, 나가버렸다. 그러나 아이들은 너무나 진지했다. 미사가 끝나고 돌아 올 때도 아이들은 즐거운 모습으로 까불러 댔다. 그리고 누나는 성물판매소에서 십자고장, 성모상, 그리고 초 두 자루를 사가지고 왔다. 나는 가구를 옮기고 십자고상을 걸고 성모님을 모셨다. 그리고 반장님을 모셔다가 우리 가족과 가장을 봉헌했다. 이젠 뭔가 된것 같았다. 『내가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일을 일방적으로, 이순간을 맛보게 해주신 하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