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줄근
비오는 오후
마른 향내나는
연필을 깎는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집을 짓고
또 짓는다.
삶의 의미는
들판의 풀꽃처럼
여기저기 피어 있지만
사람이 살아야 하는
당위의 거목(巨木)은
찾을수 없다.
마른 흙먼지 일으키며
내 마음 속에도
비는 오고
내 인격적인 하느님의
실체는
미아차럼 길을 잃었다.
하루 동안 매번
신앙과 허무감은
한 톱니로 맞물린다.
후줄근
비오는 오후
새 연필을 깍는
마음으로
기도 바친다.
「내 실존의 하느님이여,
나를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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