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절 꿈꾸던 아련한 보랏빛 희망같은 라일락 향기가 신비롭다했더니 어느 사이 사방은 초록빛 일색이고, 그윽한 장미 향기가 자꾸 밖으로 유혹하는 계절이 되었다.
세월은 이토록 가속도가 크게 불은 양 빨리 흘러간다. 남편이 새로운 발령지로 부임해서 떠난지 꼭 4개월만에 내 고집대로 진해 군항제가 막을 내리고서 이삿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걱정했던 것보다 쉽고 빨리 이사를 할수 있었던 것은 친정 어머니와 외숙모 그리고 후배 아주머니들의 헌신적인 도움 때문이었다.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설렘보다는 몇년 정들었던 땅과 다정했던 이웃들과 이별해야 한다는 아쉬움이 더하였게에 난, 먼 길에 오르면서 계속 눈물을 지으며 왔었다. 운전기사분께서 어디 아프시면 누우라고 했을만치 많이 울었다.
두어시간을 울리고나니 눈이 맑아지고 처음 디뎌 보는 땅의 모습들이 거의 환상적으로 생경스럽게 다가왔다.
선배의 부탁대로 피로회복제를 사서 마시며 그리 어렵지 않게 여덟 시간의 긴 여행을 끝냈었고, 많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쉬이 짐정리도 할수 있었다. 예상외로 내 건강도 괜찮았다.
군인의 아내로 열번째 이사를 했는데 이번처럼 속히 정리정돈을 한적이 없었을 정도로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리만큼 빨리 모든 일들이 이루어졌다.
수녀님의 방문이 곧이어 있었고, 부족하나마 집에서 성경공부도 했다. 교우들의 방문을 받았고 그들의 얼굴을 익히려고 노력했다. 남편을 대동하고 주일 미사에 나가는데도 예전만큼 힘들지가 않았다.
알고보니 남편은 나와 떨어져 살때 성당엘 나갔었단다. 이런 감동이 또 있을까 싶었다. 종교는 강요해서 될게 아니란 그이의 말대로 난 그저 시간만을 두고 기도로씨 그의 마음을 움직여 보려고 했었다. 때론 주일이 괴롭고 속상해서 운적도 많았는데, 이제 스스로 성당을 나간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다.
때맞취 수녀님께서 남편에게 교리공부를 제의했고 남편은 순순히 허락을 했다. 계속 진전이 있길 기도해야겠다.
이웃 자매님 말대로 내가 축복을 받은 것일까?
가끔씩 생활이 힘들고 뜻대로 되지 않을때 주님을 원망하며 기도를 소홀히 했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묵주를 팽개친 적도 허다했었는데, 이제 다시 레지오에 입단을 하고 마음을 단단히 굳혀야겠다. 진정 날 사랑하시는 주님임을 굳세게 굳세게 믿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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