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롭기로 소문난 본당신부님의 영세자 면담이 끝났다. 9개월 이상을 공부한 62명의 영세예정자 중에 정작 면담에 통과한 사람은 44명 뿐이다. 나머지 18명이 다 신부님의 면담에서 탈락된 것은 아니고 그중 16명이 면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스스로 자격이 부족하다며 다음번 영세때 다시 받겠노라고 물러섰다. 면담의 어려움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예비자들의 뒷바라지를 하고있는 선교분과에 들어와 일한지도 일년 삼개월, 처음 영세자 면담때 번번이 탈락하고 더러는 울면서 사제실을 나오는 예비자들이 안타까워 마음을 졸였다. 『9개월이면 짧은 기간이 아닌데 어지간만 하면 다 통과시켜 주시지 않고』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처음엔 신부님이 원망스러웠다. 언젠가 좀 쉽게 해 주실 수 없느냐고 여쭈었더니 신부님은 이렇게 말씀 하셨다. 당신은 양보다 질을 원하신다고….
그 이후로 영세자 면담이 있을 때마다 나는 나 자신을 돌이켜 보게 된다.
『나는 과연 질적으로 괜찮은 신자일까』
신앙생활을 한지도 스무개가 넘었지만 생각해보며 나는 아직도 질적으로 괜찮은 신자가 되어있지 못하다.
늘 작아져야지 겸손해야지 하면서도 연전히 앞자리에 앉길 좋아하고 사랑해야지 하면서도 사랑받기를 더욱 바라는 그런 이기적인 신앙생활을 해 오고있다.
질을 따지자면 어찌 신앙생활하나 뿐이겠는가. 내가 서 있는 자리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에서 나는 질적으로 충실한 사람일까?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자신없는 일이다. 이 세상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자신의 삶의 가치나 질을 생각해 보는 이는 얼마나 될까. 그저 스스로의 욕망에 쫒기고 남들의 눈빛에 쫓겨 허겁지겁 살아가는 못난 모습들 뿐이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오랜기간 교리공부와 미사 참례를 해오고도 신부님과의 면담에서 탈락되고 혹은 포기해야만 하는 예비자들처럼 우리의 삶도 가끔씩 그런 시험을 치우어야 한다면 어떨까.
어느 한 순간도 그냥 놓칠 수 없는 진솔함만이 가득한 멋진 세상에서 우리 모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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