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아내는 또 꿈을 꾸었다. 이번엔 방벽과 장롱사이에서 머리가 꼭 숭어처럼 생긴 큰뱀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날밤은 이뱀을 죽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죽일수가 없어, 성호를 그었더니 숭어같은 뱀머리가 빨간 삼각형으로 서서히 변하면사 사라지더라는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난 아내가 나에게 꿈얘기를 했다.
그런후로 아내는 하느님을 믿기로 결심을 했는지, 열심히 교리를 배우기 시작했고 성당에서도 열심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앓아오던 심장판막증도 나아버렸다. 1984년 8월 11일 드디어 아내가 젤뚜루다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 아내는 정말 기뻐했다. 「진작 하느님을 믿을걸!…」하며 나에게 미소지었다. 그날 세아이들 모두 유아세례를 받았다. 그뿐인가? 혼인성사까지 받았으니 그때의 기쁨이란…. 내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그런데 날이갈수록 아내의 신앙심은 강해져 가는데, 나는 반대로 미지근해져 가기만 했다. 말하자면 세속이 먼저고 하느님은 나중이었다. 그리고 가끔 술에 취해 늦게 귀가해서는 아내를 못살게 굴기도 했다. 그러나 아내는 잘 참아주었다. 그런 나날이 계속되는 동안 딸의 병은 완전히 악화되어 이전에는 2~3일에 한번정도 발작을 하더니 이젠 매일밤 발작을 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약1분정도 하더니 이젠 3~4분정도로 발작을 했다. 아내는 이제는 정말 지켜볼수 없다며 보지않았다. 온몸이 뒤틀리고 입에 거품을 무는 딸의 모습은 나로서도 차마 볼수 없는 광경이었다.
정말 어찌해야 좋을지, 암담하기만 했다. 『그저 하느님, 이 가련한 딸을 보살펴 주십시요!』라고, 기도하며 성수를 찍어 딸의 이마에 십자성호를 긋고 성수를 한방울 먹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느날 우리가 다니던 성당에서 오웅진 신부님을 모시고 철야기도회를 갖는다고 했다. 나보다는, 아내가 준미를 데리고 참석 하겠다고 했다. 발작을 하고 나면 온몸이 힘이 빠져 걸음도 간신히 걷는 준미를 데리고 기도회에 참석을 했는데 기도회가 끝나고 나와보니 마침 오웅진 신부님이 다른 신자들과 대담을 나누고 계시는 중이다. 아내는 신부님을 보자 그만 하느님 뵙는 기분이 들어 또한, 설움이 복바쳐 신부님을 붙잡고 울면서 딸의 병을 고쳐달라고 애원을 하였다고 했다. 그랬더니 신부님이 집에 돌아가 계시면 딸의 병이 나을것이니 걱정말고 돌아가시라고 하더라는 것이었다. 많은 신자들이 성당마당에 둘러서서 구경을 했는데 그당시 아내의 눈엔 신부님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날밤 아내는 꿈을 꾸었는데, 한신부님이 딸을 안고 잠을 재우는 중이었고 아내가 들어가니 신부님은 사라지고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 기적이 일어났다.
매일밤 발작을 하던 딸이 그날밤 딱 한번 발작을 하고는 지금껏 하지않고 있다. 정말 기적임에 틀림없었다. 우린 정말 하느님께 감사했다. 우린 하느님께 해드린것은 전혀없는데 하느님은 우리에게 크나큰 자비를 베푸시어 모든것을 좋게 해주셨다. 그런후로 아내는 하느님을 너무나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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