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서울 대방동본당 신자인 영등포여고 2학년 김성미(글라라)양이 한 청소년 잡지에 실린 기사를 읽고 본보에 투고해 온 것이다. 김성미양의 글을 통해 무절제한 내용으로 가치관을 혼란시키는 대중매체의 심각성이 얼마나 큰지 알아본다.
<편집자주>
「모닥불을 지피고 노래한 써니교(敎)의 신자들」.
어머니의 화장대위에 놓인 청소년잡지 머리글에 실린이 글을 보면서 『왜 신종 사이비 종교문제가 10대 잡지에 실렸을까』라는 호기심이 생겼지만 그다지 관심이 없어 그냥 지나쳐 버렸다.
그런데 바로 그날 저녁 어머니로부터 실로 엉뚱한 질문을 받았다.
『성미야、너 써니교(敎)가 뭔지 아니?』
『써니교? 그게 뭔데?』
별 생각없이 대답한 나에게 어머니께서는 화장대 위의 그 잡지를 나에게 건네주시며 잘 읽어보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에 그저 건성으로 받아들였지만 어머니께서 지적해 주신 그 부분을 펴 보는 순간 나는 TV의 외국가수들 공연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런 장면에 못 박히고 말았다.
잡지책의 몇 쪽을 차지하고 있는 그 내용은 한 유명한 가수의 노래공연을 어느 제과의 후원아래 진부령 알프스 스키장에서 1박2일 동안 5백여명의 학생들이 함께 모여 즐겼다는 이야기를 휘황찬란하게 꾸미고 있었다.
『과연 어떻게 이 많은 학생들이 그것도 개학이 가까워오는 2월 2~3일의 기간에 이런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을까? 그것도 10대 여학생들이…』.
여러가지 의문점들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기 시작했다.
볼과 몇년전만해도 이런 장면들은 외국 가수들의 공연 장면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우리나라의 청소년들도 이런 「광적인」감정을 가수나 또는 다른 연예인들에게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오늘 날 우리 10대들의 현실이 과연 이런 것일까?』가슴 아픈 문제점을 제시해본다.
우리가 비록 입시경쟁 입시지옥이라는 틈바구니 속에서 어떤 탈출구를 갈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인식하고 있었지만、연예인들에게 환호성을 지르며 탈출을 시도한다면 그것은 더한 자기 혐오와 자기 연민만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결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느 사람이 했던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말이 생각난다. 자신의 처지를 자부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그 처리를 자신의 힘으로 극복해 나간다면 그 사람들에게는 현실이라는 세계가 희망차고 기쁨에 넘친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한날 불평과 비난과 어둠에 지나지않는 것이라고.
그렇다고 입시체제나 그 밖의 청소년들을 억누르는 것들에 대해 참고 그대로 순종하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닥친 문제들을 부정하지 말고 직시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성세대인 어른들에게 꼭 주장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의 어른들도 빠짐없이 10대의 시절을 거쳐왔을 것이고 방황도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단 한번도 그 시대를 돌아보며 우리 10대들을 이해하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우리들에게 무조건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어른들을 보면 『그들에게도 과연 방황의 10대시절이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물론 기성세대도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경험으로 우리 청소년들에게 이러저러한 행동과 생각을 지도해 주려하시겠지만、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결정한 것들만을 행동에 옮긴다는 사실을 인정해 주기 바란다. 내가 생각하는 기성세대는 우리들의 생각을 대신 생각해 주고 행동까지 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들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새로운 하나의 이정표를 세워주는 사람들이다.
10대들을 위한 청소년 잡지를 만드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앞서 말한 「써니교…」행사에서 과연 가수와 팬들 간의 따스한 유대감이 흘렀을까? 노래 공연장에선 실수가 전혀 없었을까? 어째서 좋고 재미있는 일들만 골라 실었을까? 정말 다치거나 그 밖의 불미스러운 일은 전혀 없었을까?
잡지들의 공통점은 바로 이것이다. 밝고 좋은 이야기만 싣는다는 점.
어쩌다가 잡지를 뒤척이면 「그이와 나의 좋아하는 정도는?」「발렌타인 날에 그에게 줄 선물로 어떤 것이 좋을까?」「스타 00의 24시」등의 달콤한 내용만 담고 있다. 이런 내용을 싣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잡지사 측의 대응에 우리 자신들의 책임도 막중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소중한 잡지 속에 학생들의 무절제한 행동을 비판하고 바르게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준다면 어떨까?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과는 좀 다른 청소년 잡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가수들의 노래가락에 열광하고 소리치는 모습들을 보며 누군가가 말한 「슬픈 젊음」이라는 말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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