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던 새들도 둥우리로 찾아들고 산밑이 점점 어두워 온다.
초저녁 하늘엔 하나 둘 별들이 뜨기 시작한다. 짭쪼롬한 바닷바람을 타고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아름다운 선율.
지난 7월 23일 저녁 7시 30분에 연세대학교 콘서트홀에서 개최된 음악회를 위해 소년의 집 학생들은 맹연습을 하였었다.
테너 가수이신 엄정행 교수님께서도 우리 합주단에게 용기와 격려를 해주셔서 참으로 고마웠다.
문득 지난번 연주회때의 일이 생각났다. 그날 난 일찍부터 시민회관에서 우리 학생들의 연습곡을 듣고 있었다.
좋아했던 그 곡을 사랑하는 우리 소년의 집 학생들로부터 직접 듣는 그 순간 난 너무나 벅찬 감동과 충격으로 마음 가득 엄습해오던 회열과 함께 그보다 더 짙은 아픔을 되새겨야만 했다.
35명으로 구성된 우리 소년의 집 중고등 학생들과 소년의 집 출신 현악 합주단이 부산 시민회관에서 자선 음악회를 공연한 것은 하나의 큰 발전이며 축복이었다. 그날 집중호우주의보와 함께 그전날 밤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비가 이튿날 하루종일 5분도 쉬지않고 물을 들이붓듯이 쫘악 쏟아지던 빗줄기는 얼마나 우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을 사랑하시는 많은 후원자ㆍ신자ㆍ수녀님들이 빗속을 뚫고 찾아주셨음을 감사드린다. 또 신자들이 오실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신부님께도 감사드린다.
어떤 후원자들과 학교 또는 병원 선생님들께서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오셔셔 그자리를 빛내 주셨다.
검은 바지, 흰 셔츠, 검정색 조끼와 나비넥타이를 맨35명의 우리 학생들이 무대앞으로 나왔을 때 얼마나 멋지고 자랑스워웠는지…
첫번째 곡목은 모짜르트의 세레나데 1악장부터 4악장까지였으며 두번째 곡은 바이올린 협주곡 비발디 사계중「여름」을 연주했다.
학생들은 자신안에 내재되어 있는 기쁨과 슬픔을 마음 밑바닥에부터 토해내는듯 매우 열광적이었고 작품속의 진한 내용을 조심스레 잘 묘사하여 이끌어 나갔다. 값싸고 가장 저렴한 악기로 그토록 다음어진 음률을 다낼수 있었떤 것은 물론 학생들의 열성과 선생님의 훌륭한 지도도 있었지만 늘 『할수 있다』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격려하시는 아버지 소알로이시오 몬시뇰의 산교육이 밑바탕 되어 있었기때문이었다.
병환중에 계시는 몬시뇰께서 그 자리에 안계신 것은 우리의 큰 슬픔이었으나 학생들의 정신ㆍ마음ㆍ영혼안에 그분의 얼이 살아 움직이고 숨쉬고 있음을 우리는 볼수 있었다.
그들이 연주하는 선율속에는 저들의 아픈 마음도 산재되어 있는 듯 했다.
태풍이 몰아치듯, 용수철을 튕기듯 강하고 빠르게 힘차게 연주하다가 다시 고요하고 감미롭고 또 때로는 흥겹고 경쾌하게 또 애닯은 비가처럼 흐느끼기도 했다.
난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기쁨ㆍ슬픔을 안고, 그 내면적 갈등을 같이 느끼고 있었기에 그들의 음악도 예술도 더욱 뼈속 깊이 이해할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합주실에서는「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 뮤직」의 아름다운 선율이 힘차게 울려 퍼지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