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추 같은 일상의 반복에서 벗어난 도시의 피서객들이 도로를 메우고, 계속되는 장마가 그친 화창한 토요일 오후, 거제도 해금강으로 피서를 떠났다.
우리 인류와 역사를 같이한 동반자인 바다! 하느님의 동반자인 바다!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를 느끼게 하는 신비며, 무한한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는 인류의 희망원인 바다.
거제도는 진시황의 서시가 불로초를 캐러 들렀다는 전설이 있으며 죽순으로도 유명하다.
망망대해의 고래등처럼 떠있는 섬들과 병풍처럼 늘어선 절벽, 풍화작용으로 절묘한 아름다움을 주는 기암괴석과 이름모를 희귀식물들.
10km나 이어진 구천계곡을 지나 갈곶리 끝에 위치한 해금강에 다달았다. 기암절벽ㆍ암굴ㆍ조생원바위 등의 아름다움에 피로도 잊은채 이런 아름다움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했다.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며 하느님의 실존을 강하게 체험하였다.
함께 온 다섯가족은 아치형으로 텐트를 치고 저녁을 준비했다. 변변찮은 찬이지만 모두들 맛있게 먹었다.
모닥불을 비피고 장기자랑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화투짝을 두들기기도 했고 좀 떨어진 곳에서는 선남선녀들의 기타소리가 들려왔다.
아침태양이 해면을 은빛무늬로 수놓으며 일요일아침을 밝혔다. 주일의무를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은 점점 초조해졌다.
피서를 떠나기전, 본당신부님은 토요일 장승포에 도착해 특전미사를 본후 해금강으로 떠나는 것이 어떠냐고 하셨지만 일행중 신자는 나혼자 뿐이라 일정을 바꿀수도 없었다.
지난주에 고해성사를 보았는데 또 성사를 보자니…. 내가 미사로 고민하는 것은 신심이 깊어서가 아니라 고해성사 보는 것을 걱정하는 한심한 신자이기 때문이다.
고심끝에 대송을 하기로 결심하고 일행에게는 잠을 보충한다며 양해를 구하고 텐트로 향했다.
무릎을 꿇고 바하의 B단조 미사곡을 들으며 주모경을 외운 뒤 기도를 드렸다. 『하느님을 부정하고 오락만을 추구하는 미숙한영혼을 이끌어 주옵시고 당신의 우주창조를 믿지않는 인간의 오만을 용서하옵소서 신앙에 충실하지 못한 제가 당신께 사로잡힌 영혼이 되게 하옵소서. 인간에게 사랑의 눈길을 주시는 하느님, 우리에게 평화를 주옵소서. 아멘. 』
대송을 마치고 나니 어려운 문제를 풀고 기뻐하는 수험생처럼 나의 마음은 가벼워졌다. 아즉한 수평선 저너머에서는 메시아를 경배하는 알렐루야 합창이 메아리치듯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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