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날을 잡아 놓고 집안을 둘러보니 마음이 심란하기가 이를데 없다. 결혼하고 이십 오륙년 동안 그야말로 수십번 이사를 다녔건만 그렇게 힘들다 생각하지를 않았었는데 이번에 왜 그렇게 몸도 마음도 힘이 드는지 모르겠다.
아이 시집 보내놓고 아직 그 쓸쓸함에서 벗어나지도 않았는데 이사까지 가야한다니까 마음이 안정이 안되는걸까, 그저 이방 저방 들여다보기만 할뿐 차분하게 정리할 것 정리하고 짐이 싸지지가 않는다. 세상에 짐은 또 왜 그렇게 많은가. 방마다 가득 가득 뭐가 쌓여 있고 부엌이랑 베란다까지 사람사는 일이 이렇게 복잡하고 필요한 것이 많은건지, 새삼스럽게 끔찍한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결혼초 그야말로 숟가락 두개로 시작을 했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욕심도 그만큼 비례했는가 별로 쓰지도 않았던 물건에서부터 그릇, 옷, 잡다한 가구 등등 정말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도 온 집안이 꽉 차 있다.
나는 오랜만에 집안을 뒤지고 짐을 싸면서 내 끝없는 욕심에 몹시 놀라고 그리고 부끄러웠다. 나이를 먹을수록 욕심을 줄이라고 했는데 나는 아직도 끝없는 물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아주 조그만 물건 한가지도 모두 돈주고 산것일 테니까 그걸 모두 계산해 본다면 정말 엄청난액수가 되겠구나 싶은생각이 들어서 다시 한번 부끄러웠다.
결국 거의 반이 넘은 살림살이를 버리고 남 주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을 했다. 꼭 필요한것만 갖도록 하자, 무엇이든 쓸수있는데까지 다 쓰고나서 그리고 새것을 사자.
그렇게 정리를 하고 또 했는데도 정리를 하고 또 했는데도 이사를 하고 보니 짐은 넘치고 쳐지고 그러면서도 또 필요한 것이 생긴다.
이 끝없는 인간의 욕심을 다스릴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싶다. 하느님은 천국에 사람을 부르실 때 빈 몸 빈손으로부르시지, 이고 지고 오는걸 환영 하시지 않으신다든 것.
그 단순한 진리를 왜 우리는 깜박 잊고 있을까. 오늘일용할 양식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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