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나는 학교동기 중 하나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는 동문회의 소식을 접하였다. 사고를 당한 친구는 어머니와 아내와 함께 친지댁을 방문하러 가던중 마주오던 유조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중앙선을 침범하여 들어와 어처구니없이 변을 당한 모양이었다. 동문회에서 보내준 소식에 의하면 그 친구와 어머니는 그자리에서 사망을 하였고 그의 아내는 중상을 입었는데 몹시 위독하다고 하였다.
나는 이 기가막힌 소식을 접하고 오랫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하나밖에 없는 나의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새삼 절실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거의 매일 신문지상이나 텔레비전을 통해 많은 죽음의 뉴스를 접하곤 한다. 각종 사고로 인해 이제 막 피어나는 젊은 생명들이 수없이 사라져가는 것을 마치 스포츠소식이나 일기예보를 보듯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무감각하게 지나쳐 버리게 되는 것이 요즘 우리사회의 실정인 것 같다.
한번에 수십명 수백명의 사상자가 날때나 다시한번 뉴스에 관심을 기울일뿐, 늘상 일어나는 한두명의 사상자 소식엔 이제 만성이 되어 버린듯 관심조차 기울이려하지 않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요 바로 나의 현실이듯 싶다.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이러한 사건기사에 만성이 되버린탓인지 이러한 죽음이 바로 이사회의 죽음이요, 나의 죽음이라는 의식을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것 같다.
나의 이러한 무감각한 생활에 일격을 가한 동문친구의 사고소식은 커다란 종소리의 여운처럼 나의 뇌리에 남아 자꾸만 내게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있는듯 하였다.
우리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한발짝씩 다가가고 있다. 그러나 그거리는 그 누구도 알수 없으며 단지 우리들 각자는 자기 자신이 걸어갈 거리를 마음대로 상상할 뿐이다.
바로 내일이 마지막 그날일수도 있으며, 10년후, 20년후 일수도 있다. 신랑을 맞이하기 위하여 기름을 준비하는 열처녀의 비유와같이, 결혼식을 위해 온갖 정성을 들여 화장을 하는 신부의 마음과 같이 그렇게 그때를 준비하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삶의 의미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나는 오랜시간동안 평범한 일상에 묻혀 이러한 것들을 잊고 살아온 것 같다. 깊은 잠속에 빠져 깨어나지 못하고 헤매이는 나의 반쪽짜리 영혼을 너무나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던 나이다. 나의 뇌리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울려대던 그 종소리의 여운은 이렇게 말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었다.
『깨어나라. 그때가 다가왔으니 깨어나 준비하라』
우리의 영혼이 잠들고 있는 사이에 정치인들은 부패하고, 사업가들은 폐수로 강물을 오염시키고, 이 사회는 각종 사기와 투기, 마약 등이 잠식해 들어와 이제 이러한 현상들이 오히려 평범한 현실로 받아들여져 가고있지 않은가? 나는 지금 오랜잠에서 깨어나 아직도 잠들어 있는 많은 신앙인들에게 내가 들은 그 종소리의 여운을 전해주고 싶다. 우리 모두가 함께 깨어있을 때 비로소 이어두운 사회가 깨어나는 것이며 이 나라가 깨어나 마침내 다가올 그날, 그때를 준비하게 될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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