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 성 목요일 서울대교구 모든 본당 가정에서는 한가족 만찬이 거행됐다. 서울대교구의 한 가족만찬은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성체성사를 기억하고 성찬의 신비와 일치를 체험하기위해 마련된 것이다.
한교구에서 모든 가정이 가정단위로 한가족 만찬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바쁘고 분주한 일상 속에서 가족구성원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기도 힘든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각기 자기일에 몰두하다보니 함께 보내는 시간은 커녕 얼굴 마주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 됐다.
자연히 대화는 단절되고 집(House)은 있되 가정(Home)이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가정은 우리 인간사회의 기초를 이루는 공동체이다. 가정이 튼튼할 때 사회 · 국가가 튼튼해짐은 강조의 여지가 없다 하겠다. 서울대교구의 한가족만찬은 그런 의미에서 희망을 준다 하겠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주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와 대화를 나누며 함께 식사함으로써 가족간의 이해와 사랑을 돈독히하는 한가족만찬이야말로 잃어버린 가정을 회복하는 첩경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번 한가족만찬은 집안식구뿐 만아니라 이웃 특히 천주교에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초청、함께 대화를 나누고 기도하며 음식을 나누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행한 세족례를 가장이 가족들에게 실시、서로 희생하고 봉사하는 크리스찬 가정으로서의 모습도 구현해 보였다고 한다.
그렇다. 예수께서는 수난 전날 제자들에게 최후의 만찬(마태26、17~30:요한13、1~20)을 베푸셨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손수 씻어주시고 당신 자신의 살과 피를 나누어 주셨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심」은 끝없이 봉사하는 삶의 상징일 것이다.「빵과 포도주(살과피)의 나눔」은 제자들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의 표시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 인간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지극한 사랑의 표시이기도 하다.
그 사랑으로 예수께서는 죽기까지 하셨고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길을 터주신 것이다. 끝없는 봉사、자신을 송두리째 내어주는 삶이야말로 우리 신앙인들이 걸어야하는 길이다.
가정에서부터 그 길은 쉽게 걸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가족만찬은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고자하는 신앙인들의 작은 걸음일 수도 있다. 그 작은 걸음에서부터 크리스찬 기초공동체、가정의 변화는 가능할 것이다.
요즈음 우리가 사는 세상、인간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하다. 속이고、빼앗고、죽이고… 하느님을 모상으로 태어난 인간들이 이룬 사회가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한가족 만찬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이사회를 변화시키는 진정한 만찬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사랑과 봉사가 바탕을 이루고 신뢰가 가족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만찬이 모든 가정으로 퍼져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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