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樞機卿)이란 어떤 직책인가? 일반적으로 대개의 사람들은 가톨릭의 고위성직자 중의 한사람 정도로 알고 있다.물 론 틀리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적으로 좀 깊이 파고 들어가면 추기경의 위치나 역할은 대단히 존귀하고 고상한 직책임을 알수 있다.
추기경은 라틴어로는 「카르디날리스」라고 부르는데 영어로는 「카디날」이라고 부르는데 그 원형은 「카르도、Cardo」로서 문(門)의 돌쩌귀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문과 문을 연결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돌쩌귀와 같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분이 바로 추기경이라는 뜻이 된다.
교계제도상 추기경은 교황 성하 다음가는 신부으로서 역사적으로는 5세기때부터 이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추기경에 대한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면 그당시 교구의 중추(中樞)가 되는 성당、즉 주교좌성당이나 다른 주요성당의 수석사제들을 추기경이라 불렀는데 그 같은 성당이 로마에 25개소나 되었다고 한다.
그후 6세기부터는 로마의 7개 지역에서 병자와 가난한 자들을 돌보기위해 임명된 7명의 부제들도 추기경으로 불리게되고、교황 그레고리오 1세 (590~604) 때는 7명외에 5명이 증원됐으며 또 6명의 궁정(宮廷)부제들이 추가되어 부제 추기경 수는 18명으로 불어났다.
이러한 사제 추기경들과 부제 추기경들외 교황은 옛부터 교회의 중요한 일이 있을때마다 로마 근처의 주교들을 소집、공의회를 열었는데 이중 7명의 주교를 상임고문으로 임명하는 동시 이들에게도 추기경의 칭호를 내렸다고 한다.
이들 추기경들은 신품성사에 의한 주교、사제、부제가 아니고 교회의 명의로만 그렇게 구별된 것으로 시대변천에 따라 추기경의 수는 점차 증가돼왔다.
추기경들은 보통 교황 성하의 왕자로 간주되며 로마에 거주하는 밖에 거주하는 모두가 바티깐시국의 시민으로돼있다.
또한 추기경들은 교황청의 여러성(省)이나 기관 등에 배속되고 국제적으로는 전하(殿下) 의 존칭으로 불리우고 그에 상응한 대우를 받는것이 관례로 되어있다.
무엇보다 추기경들은 교황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유일하게 가지고있다는 면에서도 특별한 위치와 역할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제2차 바티깐공의회 이후부터는 과거 이태리출신들만이 거의 추기경에 임명돼온 관례를 깨고 추기경의 국제화가 이루어져 1969년 한국가톨릭사상 최초로 김수환 주교가 추기경에 임명되었다는 사실은 교회적으로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경사였음은 주지의사실이다.
당시 불과 2백년도 안되는 일천한 천주교회사에、전국 신도수도 불과 1백만 여명밖에 안되는 미약하고 보잘것 없던 한국천주교회에 추기경이 탄생되었다는 사실은 그 당시 만해도 충격과 감격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추기경으로 서임된지 올해로 21년을 맞이하는 김수환 추기경이 최근 며칠간 국내 전 매스컴의 촛점을 모았다.그것은 예상을 뒤엎고、지난 21일 오전10시 서울고범 309호 법정에서 열린 서경원 의원 북한 방문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정에 자진해서 증인으로 출정한 것이다.
김추기경은 이날 약 한 시간 가량 변호인측과 검찰측의 신문이 끝난후 마지막에 증인으로 나온 배경과 심경、국가보안법에 대한 견해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고 한다.
『내가 이런곳에 나온 것은 처음이고 기쁘게 나온 것도 아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증인으로 한번 나오면 좋지 않겠는가 생각했다. 종교인으로서 피고인측의 요청을 피할 수 없었다.
통일과 관련된 문제는 정부의 7.7선언에 입각해서 하는것이 소망스럽다. 불고지죄에 대해서는 나라가 필요한지 모르지만 서로를 믿지 못하게 하고 특히 어린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국가 보안법도 완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사회여론이나 민주화의 시점에서 볼때 개정이나 철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수환 추기경이 사법사상 처음으로 또한 한국교회사상 최초의 법정 증언을 지켜보는 신자들의 마음은 한편으로는 착잡하기 이를데 없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 든든하다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자들의 이같은 반응은 역시 교회법과 실정법의 충돌에서 빚어지는듯 하다. 즉 한편에서는 교회법을 더 중시、증인으로 출두할 필요도 없거니와 또 출두해서도 안된다고 만류한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불리한 상황에 처해있는 피고인을 위해서 증언해주기를 바라는 서로 다른 요청과 현실이 김추기경의 마음을 아프게하고 끝내는 스스로 증언대에 서게 만든 것이다.
특히 『피고인이 같은 종교인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 증인으로 나가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1심때부터 했다』는 김추기경의 심경토로는 서경원 피고인과 또 불고지죄로 구속된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송구스러움과 자책감 때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몇가지의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없다.과연 「추기경」이란 직분을 가진 교회지도자를 꼭 법정에 세우지 않으면 안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그것도 다른 나라들에서는 그 유례도 찾아볼 수 없는「불고지죄」란 명목으로 말이다.
물론 김추기경의 범정출두는「양떼를 걱정하는 목자의 심정에서」추기경 스스로 자진결정한 것이라지만、이와 상관없이 김추기경이 법정에 출정하지 않으면 안되게 직·간접의 영향을 강하게 행사한 사실은 반드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할 일이다.
그것은 어떻게 보든、또 어느편에서 보든간에 추기경을 법정에 서게 한 그 행위는 국가의 불명예요 수치임을 깨달아야 한다.그 일은 결코 자랑거리도 아니고、내세울만한 일도 될 수 없다.
우리 신자들로서는 성직자들에게 누(累)나 해(害)를 끼치지 않는것이 신자된 기본자세이며 도리임을 다시한번 명심해야 하겠다.
어쨋든 또다시 성직자들을「불고지죄」란 명목으로 법정에 세우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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