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교리밖에 모르는 아내는 하느님을 보고싶어 했다. 그당시에는 예수님 상본을 걸어둘 마땅한 장소가 없어 방과 부엌을 드나드는 문위에 상본을 걸어두었는데 아내는 매일 드나들면서, 「예수님! 실제 모습을 한번만 보여 주십시요!」하고 상본을 보고 기도를 했다. 어느날 밤이었다. 아내는 꿈에 그상본과 꼭 같은 예수님을 한없이 보았다고 한다. 그 얼굴 뒤에 빛이 찬란한 십자가를 진 예수님을…. 그후론 예수님 보고싶은 생각은 없어졌다고 했다. 그런데 내 신앙심은 불이 붙지 않았다. 그저 하느님을 열심히 믿겠다는 생각뿐이지 하느님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 없었다.
다만 우리에게 많은 기적을 베풀어 주신 하느님이라는 것 외에는 정말 아는 것이 없었다. 난 특별히 교리를 배운적이 없기 때문에, 하느님에 대해선 완전히 백지였다. 그런데 어느 겨울, 일이 없어 집에서 놀고있는데, 갑자기 성경책이 보고 싶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평소때는 성경책 보다는 잡지가 좋았고, 성가 보다는 가요가 좋았었다. 성당에 갈 때 아무생각 없이 가지고 다니던 성경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웬지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머리가 맑아지고 모든 내용이 새로왔다. 『그래 맞아!』『그렇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며칠만에 다읽고 나니 세상이 달라졌다.
지금껏 무심코 보아왔던 모든 만물이 신기로웠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것이 신비로웠다. 『내가 지금껏 정말 세상을 헛살아 왔구나! 하느님 저를 깨우쳐주실려면 좀더 일찍 깨우쳐 주시지 왜! 이제야 깨닫게 해주십니까?』 바보 같은 투정(?)을 늘어놓았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못했던 병신을 그저 고쳐주셨다.
이렇게 참진리를 알고 나니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
누구라도 붙잡고 복음을 전하고 싶어졌다. 이웃에 살고있던 처제를 찾아가 전교하기 시작했다. 『아니! 형부 여태껏 성당에 다녀도 나한테 하느님 믿으라고 한번도 말한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어떻게 된거야』하고 물었다. 난, 이제야 비로소 하느님을 알게됐다고 말해줬다.
며칠을 다니며 처제를 설득, 처제는 교리반에 등록하게 됐다. 다음은 장모님 차례였다. 실은 처제나 장모님은 아내가 남묘호랭개교를 믿게 해서 그 교를 믿어온지 꽤 오래였다. 그러나 장모님도 내말에 동화되어 개종을 했다.
하느님께서는 이토록 크나큰 자비를 베푸시어 나를 종으로 삼아주셨다. 주인이 없던 그 옛날 나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고 악몽 같은 나날을 보냈지만, 이제 주인의 뜻을 알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모든 뒷일은 주인이 다 알아서 해주시니 얼마나 편한 종인지 모른다. 언젠가 한 미신자가 자기집에 와서 기도를 좀 해달라고 부탁, 아내와 둘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봉고차가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저멀리 떨어져 갔지만 둘다 상처하나 나지않았고 오토바이는 거울 하나만 깨어졌을 뿐이었다. 하느님은 철저하게 나를 지켜주셨다. 그리고 하느님을 배반했을 때도 그토록 많은 은총을 베풀어 주셨다. 하느님을 온전히 섬김다면 얼마나 더 좋은 것을 주시랴. 그 오묘한 하느님의 은혜를 다 드러 내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나의 신앙수기를 마친다.
지금까지 안상호씨의 신앙수기「오! 하느님」을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호부터는 광주 두암동 이석호씨의 「금의환향」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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