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젊은 사제이기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새벽 미사를 봉헌하는 일은 참 힘든 일이다.
시계 종소리가 울리면 그 소리를 듣고 종만 끈 채 다시 잠에 빠져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난 결국 시계를 머리 맡에 두지를 못하고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서 시계를 끄지 않으면 안되리 만큼의 먼 거리에 두고 잠을 자야하는 비장(?)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비장한 방법도 때에 따라 실패하고 말 경우도 있다. 일단 일어나 시계는 껐지만 『5분만 더 자고 일어나야지!』하는 유혹에 못 이겨 다시 이불속으로 감겨들어가곤 한다. 그러나 깜짝 놀라 잠을 깨면 10분정도가 어느새 지나가고 있다.『이젠 정말 일어나야 할텐데』하면 서도 또 잠시 잠의 수렁에 빠져 든다. 보통 이런 경우에 주로 꿈을 많이 꾸게된다.
마치 짧은 몇 편의 영화를 보듯 꿈을 꾸다가 놀라 잠이 깨면 이젠 미사 10분전、마지막「마지노」선이다. 하는 수 없이 이불을 부여잡고 사정(?)을 한다.『제발 좀 놔달라』고.
매일 이런 잠과의 전쟁을 치르고 살아가지만 그래도 하느님께는 이렇게 큰 소리친다.『하느님! 전 아직 아무래도 젊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는 이렇게라도 일어나서 새벽미사를 봉헌하느니만큼 다른 좀 하자가 있더라도 봐 주시겠죠?』
보좌신부시절 본당신부님과 식사도중 아침마다 잠과 전쟁을 치른다는 어려움을 얘기드렸더니、『이 신부、그때가 좋은 때야. 잠이 많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지금은 잘 못느끼겠지만、 잠이 오지 않을 것을 걱정하는 나이가 돼 보면 내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걸세. 그러니 잠이 많다고 고민하는 때가 행복한 때임을 명심하게』라는 말씀을 하셨다.
어쩌다 간혹 약속된 미사시간에 늦게 되면 얼마나 신자분들 뵙기에 미안한지 모른다.
미사시간에 늦은 어느 날 미사 중、신자분들 뵙기가 민망스러워 강론을 대신하여 이런 용기있는 객기(?)를 부리기도 했다.『여러 신자분들께 약속된 미사시간을 지켜지못해 사과드립니다. 그러나 미사를 기다리시면서 왜 신부님이 이렇게 늦게 나오시는가?』라고 짜증스럽게 느끼시기 보다는 아직도 미사에 늦을 수 있는 그런 젊은 신부를 본당신부로 모시고 있음에 감사하십시요.
왜냐하면 연세 많으신 신부님은 새벽잠이 없으시니 미사시간에 늦고 싶으셔도 늦지를 못하실 터이니 말입니다.
요즘도 새벽미사를 봉헌하기 위해서는 잠과의 전쟁을 치르는 괴로움을 겪지만 「그 때가 행복한 때」라는 선배신부의 말씀을 떠올리며 젊음의 행복을 누리려 한다. 끝으로 덕담 한마디. 독자여러분 주님 안에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한 나날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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