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골고타언덕을 내려온 당신의 한말씀을 듣게 하옵소서
오늘
당신의 토지에 열린 열매 한 알 먹을 수 없어하기에 떠는 몸
당신의 넉넉한 햇살로 배불러하도록
당신의 염원을 오가는 새 한마리 보내주소서.
당신께 반항하며
오가지도 못하는 불안에 휩싸여 스스로 풀어버린
닻줄을 원망하며
망망대해에 떠도는 조각배가 되었습니다.
당신 외면한 살찐 모습과 당신을 가져 괴로운 야윈 모습을 보였습니다.
소돔과 고모라의 향유병 바닥이 환히 보일까봐
사람들을 속이며 당신을 향해 손가락질하기도 했습니다.
주여
여기 낡고 볼품없는 빈 구걸의 그릇을 다시 놓았습니다
소용돌이 이는 긴 물고랑에
한떨기 백합을 던져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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