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4월 12일부터 5월 2일 현재까지 20일이 넘도록 파행방송을 계속하고있다. 한때 비상대책위원회(非對委)가 파행방송 17일만인 4월 28일 8시간이나 가진 회의끝에 『방송이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각계 인사와 「KBS지키기 시민모임」의 거듭된 충고를 받아들여 선정상화, 후사장퇴진 방침을 결정』함으로써 일단은 국민적 환영과 지지를 받으면서 정상을 되 찾는듯 했다. 그러나 비대위의 결정이 30일 있은 사원총회에서 부결됨으로써 사태는 급속도로 악진전돼 공권력의 재투입과 사원 3백33명의 심야 연행이라는 파국적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KBS의 이같은 사태발생에 동조、 MBC 비대위도 1일 「KBS 공권력 난입 규탄 및 제작 거부 결의대회」를 열고 이날부터 본사와 19개 지방계열사가 전면 제작 거부 및 철야농성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아울러 CBS 노조도 1일 전체사원 비상총회를 열고 제작 거부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만일 KBS에 이어 MBC마저 전면 제작 거부 및 주야농성에 들어간다면 문제는 심각성의 차원을 넘어 국민의 일상생활에 지대한 불편과 손해를 끼치게 될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이 시점에서 한번 냉철히 짚어보자. 먼저 누구의 잘ㆍ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공영방송이 이유하를 불문하고 이토록 오래동안 파행을 계속할 수 있는가? 세계 어느나라 국영방송이 이런식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불안과 불신과 실망을 안겨준 사례가 있다던가?
KBS의 현사태는 결국 신임사장과 노조원들간의 대립이란 회사내부사정으로 발단된 것이 아닌가? 사장도 사월들도 한결같이 「국민의 방송」이란 말을 침이 마르도록 외쳐대고 앙편 모두 「국민을 위한다」고 강변하면서 실제로는 어떠한가?
왜 집안싸움판을 밖으로 끌고나와 소란과 추태를 되풀이 연출하고 있는가? 신임사장 한사람의 거취문제가 수천만 국민의 눈과 입과 귀를 가로막고 틀어막아도 무방할 만큼 그토록 중요하고 긴급한 문제란 말인가?
또 그것이 진정으로 KBS의 민주화와 공정방송을 이룩하는 유일한 방법이란 말인가? 노ㆍ사 양편의 뼈아픈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편에도 답답한 마음 이를데 없다. 과연 정부는 지금과같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를 한번쯤 사전에 짚어볼 겨를도 없었단 말인가.
또 한가지는 공권력의 사용문제이다. 정부는 KBS가 언론기관이라는 점을 감안、 인내심을 가지고 대처해왔다는 입장을 밝히고는 있지만 꼭 사원들을 연행하지 않으면 안되었는가하는 점이다.
사원총회의 부결 이후라도 또다시 한번 대화와 설득과 타협을 시도해볼 인내심은 갖지 못했는가하는 아쉬움을 지울수 없다. 왜냐하면 공권력에 의한 사태진압은 문제의 불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뿐 아니라 그 파급효과는 악순환의 연속이 되기 십상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 이 시점에서 바라는 것은 KBS사태의 조속한 해결뿐이다. 비대위가 결정했던것처럼 「무조건 선방송정상화」한후 집안문제는 그다음 시간을 두고 해결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한가지 덧붙여두는 것은 KBS사태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민심은 그만큼 멀어져간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언제까지고 국민을 볼모로 잡아두려는 생각은 버려야한다.
KBS가 하루빨리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되찾아 이땅의 공영방송으로서 맡은바 사명과 역할을 다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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