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10~18세의 청소년들이 오전에는 학과수업, 오후에는 목공예를 배우면서 기거한다.
이들은 소위 말하는 부랑 청소년들이다. 길거리에서 신문을 팔거나 꼬지-구걸을 뜻하는 그들의 은어-를 하던 아이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국민학교를 중퇴한 상태로 글을 잘 모른다. 아이들은 부모가 없는 경우보다 어느 쪽의 부모든 계시는 형편이다. 계시긴 하되 부모가 부모답지 않기 때문에 그 그늘에서 자랄 수가 없어 파편처럼 거리로 튀어나온 아이들이다.
결손가정, 폭력부모, 계부ㆍ계모의 학대, 이혼, 재가 등등의 이유로 부모편에서 아이를 버린 경우와 아이 스스로 나온 경우들이다.
이들의 가슴 깊은 곳에는 어른들에 대한 불신감이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쉽사리 고마워하지도 않고, 어느 누구의 사랑에 크게 신뢰도 않는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었던 부모에게서 어떤 모습으로든 버림을 받은 아픈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그리 크게 믿을 수 있겠는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또한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어른이 어른답게 살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가 아이답게 살 마음의 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은 아니다. 그러나 거리에서 자신의 손으로 생계를 해결할 때, 한번쯤은 남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병원이나 그런대로 외출을 나갈 때, 돈이 땅에 떨어져 있는 경우를 몇번 만났다. 나는 보지 못하고 그냥 한참 가는데 아이는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이다. 돈을 집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얼른 판단이 안섰던것이다. 「이 돈을 집어도 돼요?」라고 나에게 묻는 아이의 표정이 너무 순수하고 진지했다. 나몰래 집어갈 수도 있고, 또 그들의 입장에선 당연히 그렇게 할수도있으련만…. 그럴 때 아이들 속에 있는 상이한 두 모습에 나는 혼란스럽다.
그들이 그렇게 불행한 가정에 태어나지 않았어도, 그런 부모를 만나지 않았어도, 그 또래의 아이들처럼 바르고 건전하게 자랄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들의 의지나 선택으로 이렇게된 일이 아니라면, 또한 행복한 환경에서 자라는 내 아이들도 나와 그들의 의사로 나의 자식이 된 것이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이런 맥락에서 이 아아들에게 사랑을 주고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 그들이 고마워하는 않든, 우리는 다른 아이들이 그 시절에 누리는 혜택을 이들도 누리도록 배려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자주 떠올려지는 것은 톨스토이 원작「사랑은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들의 꽃 공중의 새를 기르시고 먹이시는 하느님, 부모는 버렸으나 거두어 살게 하시는 하느님, 그 하느님이 하느님 답게되는 일은 또한 땅에 사는 우리들이 어떻게 사는가에 달렸기도 하지 않겠는가. 가진 내가 베풀지 않았을 때 하느님은 인색하신분, 원망스러운 모습으로 비칠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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